연일 폭염에 사람도 가축도 농작물도 '헉헉'…쪽방촌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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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에 사람도 가축도 농작물도 '헉헉'…쪽방촌도 '비상'

연합뉴스 2026-07-13 15:45: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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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질환자 수 증가…건설현장·밭·음식점 등서 잇따라 쓰러져

돼지 폐사·여름배추 망가질 판…이제 시작된 폭염에 농가 긴장

외국인 근로자 "베트남서 더위 겪었봤지만, 한국, 엄청 뜨겁다"

현재 체감온도는 현재 체감온도는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13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체감온도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2026.7.13 [공동취재] xanadu@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장맛비가 그친 이후 숨 막히는 '찜통더위'가 이어지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가축 폐사와 농작물 무름병이 발생하는 등 더위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방 안의 열기를 피해 밖으로 나와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여인숙과 쪽방촌 거주자들의 건강도 우려된다.

13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636명으로 전날 535명보다 100명 이상 늘었다.

지난 주말 이후로도 전국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진 데다 당분간 무더위가 예보된 만큼, 추후 통계에 반영되는 온열질환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날 경기 고양시 덕양구 건설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가던 60대가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고, 인천시 계양구 한 음식점에서 숯을 만들어 서빙하던 50대도 열사병 증세를 보였다.

같은 날 폭염 특보가 내려진 전남광주 보성군에서 밭일하던 주민과 나주시 문평면에서 농사일하던 70대 주민도 열탈진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쪽방촌 일대는 39.5도 쪽방촌 일대는 39.5도

(서울=연합뉴스) 김채린 기자 = 12일 오후 2시 반께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골목에서 온도계가 39.5도로 찍히고 있다. 2026.7.12 lynn@yna.co.kr

쪽방촌 주민과 야외노동자, 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 건강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 골목은 후텁지근한 열기로 가득했다.

좁은 골목 사이로 낡은 여인숙과 쪽방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곳에서 주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쪽방촌 거리에는 방 안의 열기를 피해 나온 주민들이 담배를 뻐끔거리며 연신 부채를 흔들고 있었다. 냉방 시설이 부실한 쪽방 특성상 실내 온도가 바깥보다 오히려 높아 이들에게 골목은 유일한 피난처였다.

한 여인숙 앞에서 만난 정모(72) 씨는 러닝셔츠에 속옷 차림으로 방문 앞에 나와 부채질하고 있었다.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전형적인 여인숙 구조. 문을 열어젖힌 방 안은 물론 그늘이 진 복도까지도 후끈한 열기로 찜통이었다.

정씨가 사는 여인숙은 9가구 중 8가구에 사람이 살고 있다. 에어컨 없는 방은 월 22만원, 에어컨 있는 방은 월 25만원이다. 정씨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 있는 방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일주일째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으로 오른 제주시 사라봉 경로당을 찾은 고란호(81)씨는 "오전부터 20∼30명의 어르신이 에어컨이 있는 경로당으로 모여들어 더위를 피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너무 덥소' '너무 덥소'

(전남광주=연합뉴스) 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치솟은 13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용산동 한 한우 농장에서 북구청 직원들이 살수차로 물을 뿌리고 있다. 2026.7.13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aum@yna.co.kr

밤낮을 가리지 않는 폭염에 말 못 하는 가축도 신음하고 있다.

올여름 김해를 비롯한 경남지역 8개 시군에서만 돼지 117마리가 폐사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가축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나머지 시도들은 "현재까지는 피해 상황이 들어오지 않았다"면서도 이제 막 시작한 폭염이 축산 농가에 미칠 피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농가에서는 당장 작물의 생장 저하와 가축 폐사를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지난 주말 첫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던 경북 경산시 남방동 한 포도 재배 비닐하우스에서는 이날 작업자들의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우스 내부는 무거운 습도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공기 순환을 위해 비닐이 뚫려있는 공간이 있어도 온도를 낮추기엔 역부족이었다.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레 빈 투안(25) 씨는 "베트남에서 어렸을 때부터 더위를 겪으며 자라왔지만, 최근 한국의 더위는 엄청나게 뜨겁다"며 "힘들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인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김봉래(60) 강릉시농민회장은 이날 "농민들끼리 '이러다 올해 배추 다 망가진다'고 걱정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발 1천100m 안반데기는 한여름에도 기온이 30도를 밑돌아 여름 배추 농사가 적격인 곳이지만,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아 30도를 웃도는 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김 농민회장은 "30도가 넘어가면 병충해와 무름병이 발생해 배추가 다 망가진다"며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출하하고 있지만, 폭염에 망가지지 않을까 엄청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폭염 속 비닐하우스 작업 폭염 속 비닐하우스 작업

(경산=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3일 경북 경산시 남방동 한 포도 비닐하우스에서 베트남 국적 외국인 노동자가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2026.7.13 psik@yna.co.kr

강원 인제군에서 100∼120두 규모의 한우를 사육하는 권충교(52)씨는 24시간 내내 쉴 새 없이 선풍기를 돌리고 있다.

안개 분무기와 축사 지붕 반열판 설치를 통해 축사 내부의 온도를 낮추고, '워터컵'으로 불리는 자동 급수기를 자주 씻어주며 소들이 시원하고 신선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체감온도가 38도를 넘을 경우 영양과 대사에 악영향을 끼쳐 식욕부진과 발육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소들은 첫 번째 위인 반추위에서 수많은 미생물이 풀과 사료를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쳐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38도가 넘어가면 소화능력이 떨어져 축산 피해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박정헌 최찬흥 전창해 최재훈 박세진 허광무 고성식 변선진 박영서 형민우 손형주 정경재 기자)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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