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계진이 대회 내내 강조한 ‘환상적인 아이언샷(sublime iron play)’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2위에 한 타 차로 앞섰던 김주형은 침착하게 퍼팅을 마무리했다. 사실상 우승을 결정하는 버디를 잡고도 김주형은 무덤덤했다. 다음 홀로 걸어가던 중 캐디와 대화할 때 비로소 미소가 번졌다.
이 홀에서 이날 6번째 버디를 잡은 김주형은 최종 합계 17언더파를 기록, 호주 교포 이민우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로리 매킬로이, 스코티 셰플러 등 세계 최강자들이 총출동하는 대회 정상에 오른 그는 통산 4승째를 기록했다. 그의 나이와 경력에 비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김주형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눈물을 흘렸다. 대회 내내 무서울 정도로 침착했던 그의 감정이 폭발한 순간이었다. 2023년 10월 이후 3년 가까이 우승하지 못한, 험난한 여정이 떠올랐을 것이다.
2022년 스무 살이었던 김주형은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 초청돼 3위에 올랐다. 덕분에 PGA 투어 출전권을 얻은 그는 1년여 만에 3승을 올리며 타이거 우즈의 젊은 시절과 비교됐다.
어린 나이의 성공은 달콤했으나, 그만큼 무거웠다. 김주형은 고비마다 불운에 겹치며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스트레스 탓에 플레이 중 몸이 굳는 경험도 했다. 우승 경쟁은커녕 투어 카드조차 잃을 위기에 몰렸다.
도약과 추락의 끝에서 김주형은 이서연 씨를 만나 지난해 말 결혼했다. 아내의 부친은 베스트셀러 『내려놓음』의 저자 이용규 선교사였다. 아버지를 따라 오지에서 자란 아내는 흔들리던 김주형을 단단하게 잡아줬다.
또한 우즈의 스윙 코치였던 션 폴리를 만난 것도 김주형에게는 반전 계기였다. 이전부터 김주형의 스윙을 극찬했던 폴리는 샷의 예리함뿐 아니라 자신감을 되찾도록 도왔다. 그리고 자신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세상 무서울 게 없었던 소년이 강인한 청년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의 해피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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