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家 채굴사 아메리칸비트코인, 주가 90%이상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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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家 채굴사 아메리칸비트코인, 주가 90%이상 하락

한스경제 2026-07-13 15:08: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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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시세 하락 속에서 미국 채굴업계가 AI 데이터센터로 사업 방향을 옮기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공동 창업한 비트코인 채굴기업인 아메리칸비트코인(ABTC)의 주가가 상장 후 고점 대비 95% 넘게 떨어졌다. 비트코인을 캐서 쌓아두는 데 사업을 몰아넣은 전략이 하락 국면에서 그대로 부메랑이 됐다는 분석이다. 

1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아메리칸비트코인 주가는 지난 8일(현지시간) 상장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초 나스닥에 입성한 뒤 5거래일 만에 찍은 최고 종가 139.65달러(주식병합 반영 기준)와 비교하면 95% 이상 낮은 수준이다. 주가가 이 정도로 밀리면서 대주주의 장부도 함께 무너졌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에릭 트럼프가 보유한 지분의 시장가치는 10개월 만에 6억달러 넘게 줄었다. 주식을 팔아 확정된 손실이 아니라, 주가 하락으로 평가액이 깎인 것이다.

회사의 출발선을 보면 이 같은 취약성은 예고돼 있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아메리칸비트코인은 지난해 3월 에릭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디지털 인프라 기업 헛8(Hut 8)이 함께 세웠다. 이후 나스닥 상장사인 그리폰디지털마이닝과의 우회상장을 거쳐 같은해 9월 초 거래를 시작했다. 에릭 트럼프는 지분 6%가량을 들고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자문역이다. 주니어의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업 구조는 처음부터 비트코인을 캐고 사들여 쌓는 한 갈래로 짜였다.

아메리칸비트코인 주가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6.13달러로 마감해 1년 전보다 93.95% 하락했다./ 구글 캡처

▲ 1달러 붕괴에 15대 1 병합

주가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가자 회사는 상장 유지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지난 2일 장 마감 후 보통주 15주를 1주로 합치는 주식병합을 단행했으며 병합을 반영한 거래는 6일 개장부터 시작됐다. 발행 주식 수는 10억9000만여 주에서 7300만주 안팎으로 줄었다. 나스닥은 주가가 1달러를 밑도는 상태가 이어지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이에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이 기준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도세는 오히려 거세졌다. 주가는 병합 반영한 이튿날 하루만에 23% 넘게 떨어져 6.52달러로 마감했으며 이후에도 6달러 선을 밑도는 구간까지 내려갔다. 시장의 시선은 병합 자체가 아니라 이 회사가 돈을 버는 방식으로 옮겨갔다.

▲ 채굴로 벌고, 시세로 잃고

실적을 뜯어보면 채굴 자체는 잘 굴러갔다. 회사는 올해 1분기 817BTC를 생산해 분기 기준 최대 채굴량을 기록했으며 시장에서 803BTC를 추가로 사들였다. 에릭 트럼프는 1분기 채굴 이익률이 52%였고 판매·관리비 비율도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캐낸 뒤 쌓아둔 비트코인이었다. 회사는 1분기 보유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진 만큼 1억1720만달러를 손실로 반영했으며 영업손실은 1억1820만달러로 집계됐다. 순손실은 8180만달러에 달했다. 채굴로 남긴 이익보다 보유 자산의 가격 하락 폭이 더 컸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보유량은 지난해 말 5401BTC에서 3월 말 7021BTC로 30% 늘었고, 현재는 8000BTC를 넘어섰다.

버는 쪽과 쌓아두는 쪽이 모두 비트코인 시세 하나에 걸려 있다는 점이 이 회사의 최대 약점이다. 채굴로 이익을 내더라도 시세가 내려가면 손익이 한꺼번에 나빠지고, 이를 메울 다른 사업이 없다. 그런데도 에릭 트럼프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매우 파국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보유 물량을 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매도 가능성을 일축했다.

▲ 경쟁사는 AI로…전력·부지 가치 재평가

반면 경쟁사들은 정반대 길을 택했다. 미국 채굴업계는 보유한 전력과 부지를 AI·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채굴장은 이미 대규모 전력과 넓은 부지를 갖추고 있어, 설비만 바꿔 넣으면 AI 데이터센터로 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비트코인 시세와 무관한 임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전환을 재촉했다. 실제로 채굴업체인 라이엇플랫폼스, 사이퍼마이닝, 마라홀딩스, 테라울프는 모두 데이터센터 사업 확장 계약을 발표했다. 시장은 이를 즉각 가격에 반영했다. 이들 주가가 올해 평균 60% 이상 오르는 동안 아메리칸비트코인 주가는 77% 떨어졌다.  

설비만 놓고 보면 아메리칸비트코인도 뒤처지지 않는다. 지난 4월 채굴기 1만1298대를 추가해 총 8만9242대, 초당 28.1엑사해시(EH/s) 규모의 연산 능력을 확보했다. 다만 전력과 부지, 일상적인 채굴 운영은 모두 헛8과의 독점 서비스 계약을 통해 이뤄진다. AI 데이터센터로 방향을 틀 수 있는 자산이 아메리칸비트코인이 아니라 헛8의 손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헛8은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따내며 올해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 같은 자산을 놓고 모회사와 자회사의 주가가 갈린 셈이다.

회사 측은 경쟁사 이탈이 오히려 기회라는 입장이다. 마이크 호 아메리칸비트코인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상장 채굴사들이 수백 메가와트(㎿) 규모의 설비를 AI로 옮기면서 이번 분기 네트워크 채굴 난도가 6%가량 낮아졌다"고 밝혔다. 채굴 난도는 비트코인 하나를 캐는 데 필요한 연산량을 뜻한다. 경쟁사가 채굴에서 빠지면 난도가 내려가고, 남은 기업은 같은 장비로 더 많은 비트코인을 캘 수 있다는 논리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이번 하락 주기의 바닥 부근에 근접했다는 시각이 있고, 시세가 회복되면 채굴과 축적에 집중한 아메리칸비트코인의 전략이 뒤늦게 성과를 낼 여지도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 시장이 매기는 값은 얼마나 많이 캐느냐가 아니라 전력과 토지, 컴퓨팅 설비를 여러 사업에 얼마나 유연하게 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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