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사건’ 절반은 법적 처분 없이 종결…“학교 역할 회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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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사건’ 절반은 법적 처분 없이 종결…“학교 역할 회복 필요”

투데이신문 2026-07-13 15:05: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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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가족부 원민경 장관이  지난 4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관한 제도적 보완 방안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성평등가족부 원민경 장관이  지난 4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관한 제도적 보완 방안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촉법소년이 연관된 사건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법원에 넘겨진 사건 10건 가운데 4건은 정식 심리 없이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의 절반가량이 실질적인 처분 없이 마무리된 가운데 형사처벌 가능 연령을 낮추기보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갈등 조정·교육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소년범죄의 이면, 학교의 빈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 사건은 2만195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법원이 심리를 개시하지 않은 사건은 9093건으로 전체의 41.4%를 차지했다. 

촉법소년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뜻한다.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형사책임을 지지 않아 형사처벌 대신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의 보호사건 심리를 거쳐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소년법에 따라 경찰서장은 촉법소년 사건을 범행의 경중과 관계없이 관할 법원 소년부에 송치해야 한다. 형사사건처럼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하거나 검찰에 송치하는 구조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법원이 사건의 처리 방향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법원은 송치된 사건을 검토한 뒤 심리를 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면 ‘심리불개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비행 정도가 가볍거나 보호자가 적절히 지도하고 있는 경우 피해 회복이나 당사자 간 화해가 이뤄진 경우 등이 고려된다. 소년이 다른 사건으로 이미 보호처분을 받아 추가 처분의 교육적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될 때도 심리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 

촉법소년 사건은 그 사건의 수와 심리불개시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양상이다. 2020년 1만112건이었던 사건 수는 지난해 2만1958건으로 5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6년 6824건과 비교하면 약 3.2배 수준이다. 심리불개시 비율은 2015년 17.2%에서 지난해에는 41.4%까지 올랐다. 

정식 심리가 시작됐지만 보호처분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 ‘불처분’ 사건도 1632건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심리불개시 사건과 불처분 사건을 합하면 1만725건으로 전체 송치 사건의 48.8%에 달한다. 법원으로 넘어온 촉법소년 사건 가운데 사실상 절반가량이 별도의 보호처분 없이 마무리된 셈이다.

반면 사건이 검사에게 송치된 경우는 2건에 그쳤다. 다른 법원으로 이송된 사건은 830건으로 전체의 3.8%였다.

 2022년 10월 법무부가 발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 형사 미성년자 연령 하향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2년 10월 법무부가 발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 형사 미성년자 연령 하향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촉법소년 사건 증가세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년범죄가 저연령화·흉포화하고 있다며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 13세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해 범죄 억제력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의 증가가 곧바로 중대 범죄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법원 송치 사건 중 심리불개시와 불처분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또래 간 다툼이나 물품 훼손 등 과거에는 학교나 가정에서 중재됐을 비교적 경미한 갈등까지 경찰 신고와 사법 절차로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촉법소년 사건 증가의 배경으로 학교 공동체의 갈등 해결 기능 약화를 지목했다. 교사가 학생 간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과 여건이 줄어들고 학교가 민원이나 법적 책임을 우려해 사안을 외부 기관에 넘기면서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까지 사법기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법원에 접수된 촉법소년 사건 수가 증가한 것은 우리 사회가 인내를 거두고 학교가 갈등 해결 능력을 상실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사건 건수만을 근거로 촉법소년 전체를 잠재적인 강력범죄자로 바라보거나 처벌 연령 조정만을 해법으로 제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교가 소년사법 절차 이후에도 학생을 책임지는 교육 주체로 역할을 회복해야 한는 주장도 나왔다. 보고서는 보호처분을 받은 학생이 다시 학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출석과 학적 관리, 학습 지원, 심리 상담 등을 제도화하고 교사가 법원의 ‘위탁보호위원’ 제도에 참여해 공식적인 보호자 역할을 맡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연령 상한을 낮춰 처벌을 강화하기보다 아이들이 벌을 받고 돌아왔을 때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학교가 행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교사가 법원의 위탁보호위원 제도를 활용해 공식적인 보호자 역할을 맡는 등 학교의 교육적 자리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보완·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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