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한·중·일 유통기업이 베트남 신도시를 기점으로 공격적인 점포 개점 행렬에 가세하며 상품 공급과 후속 출점을 연결하는 유통망 선점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우리나라·중국·일본 유통기업의 신규 출점과 사업 확대가 가속하고 있다. 하노이 서부 빈홈 스마트시티에는 우리나 식품 전문 슈퍼마켓 K-MARKET이 영업 중인 가운데 중국계 편의점 오미와 일본계 슈퍼마켓 후지마트가 올해 문을 열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9일 남부 떠이닌성에 신규 매장을 냈고, 일본 이온몰도 지난 3일 중부 다낭에 베트남 8번째 쇼핑몰을 개점했다.
한·중·일 기업의 신도시·지방 진출은 베트남 소비시장 확대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베트남 상품 소매·소비자서비스 판매액은 전년 대비 9.2% 증가했다. 유통기업들은 향후 인구 유입과 구매력 증가가 예상되는 지역에 판매 기반을 먼저 마련해 지역별 수요를 상품 구성과 후속 출점에 반영하려는 전략이다.
경쟁은 매장 수보다 점포를 상품·물류·추가 출점으로 연결하는 운영 체계를 누가 먼저 구축하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신규 매장이 기존 유통망에 편입되면 상품 조달과 운영 방식을 다른 지역에도 적용하기 쉽다. 점포마다 공급·운영 체계를 새로 마련해야 하는 사업자는 출점이 늘수록 비용 부담도 커진다.
상품 공급과 추가 출점 비용을 낮추는 방식은 국가별로 갈렸다.
K-MARKET은 베트남 전역 150개 이상 매장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식품 판매와 기업 간 거래, 물류를 함께 운영한다. 일본계 후지마트는 BRG그룹의 조달망과 현지 사업 경험을 활용해 신선식품 공급과 매장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중국 메이이지아는 오미 브랜드의 하노이 직영점에서 상품 구성과 운영 방식을 정착시킨 뒤 가맹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기존 판매·물류망을 활용해 유통 범위를 넓히고, 일본은 현지 파트너를 통해 조달·운영 부담을 낮추고 있다. 중국은 표준화한 소형 점포를 바탕으로 빠른 가맹 확장을 준비한다. 방식은 갈려도 신규 소비지역을 선점한 뒤 상품 공급과 후속 출점의 효율을 높이려는 방향은 같다.
우리 기업들은 비교적 이른 진출로 현지 점포와 상품 공급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본 기업의 현지 운영 역량과 중국 기업의 신규 진입이 확대되면서 선진입 효과만으로 우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과 중국 기업이 새로 들어오면 현지 기반을 먼저 마련하려는 경쟁은 불가피하다”며 “우리나라는 비교적 일찍 진출해 기반을 갖췄지만 이를 과신하지 말고 계속 투자하면서 베트남 현지 사람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점 경쟁이 지방까지 확산되면서 현지 수요에 맞는 상품 구성과 안정적인 조달·물류 체계를 갖추는 일이 점포 수 못지않은 경쟁 변수로 떠올랐다.
베트남은 지역별 구매력과 소비 방식의 차이가 크다. 대도시에서 성과를 낸 점포 형태와 상품을 지방에 그대로 가져가면 수요와 운영비 사이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신선·냉장·냉동 상품은 여러 지역에 일정한 품질로 공급할 물류 기반 없이는 판매지역을 넓히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5월 동나이성에 콜드체인센터를 가동했고, CJ제일제당은 현지 슈퍼마켓 체인 박화산과 냉장·냉동 유통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현지 판매망 확대를 뒷받침할 공급 기반을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농식품부도 K-MARKET의 현지 인프라를 활용해 캄보디아·라오스 등 인접시장으로 K푸드 공급을 넓히는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에서 점포와 공급망을 함께 구축한 기업은 지방과 인접국으로 사업을 넓힐 때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해외 유통 진출에서 무리한 확장이 실패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시장 규모에 맞춰 출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베트남 시장에 맞는 유통 형태를 갖추고 공급망을 어떻게 확보해 운영할지가 중요하다”며 “아직 시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리면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하나씩 조심스럽게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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