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세민 기자] 반도체와 주요 부품 가격 상승 여파가 전자제품 사후서비스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신제품 가격이 오른 데 이어 수리용 자재비까지 인상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유지보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 삼성전자서비스에 공급하는 수리용 자재비를 인상했다. 이번 인상은 지난 1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6개월 만에 다시 이뤄졌다.
이번 조치로 모바일경험 사업부 제품의 수리용 자재비는 평균 5% 올랐다. 생활가전 사업부 제품은 평균 9% 인상됐다.
인상 대상에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칩과 디스플레이 패널, 에어컨과 세탁기에 들어가는 모터와 컴프레서 등 주요 부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TV를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제품은 이번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부품 단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재비 인상이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이유는 수리비 구조 때문이다. 전자제품 AS 비용에서 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80~90%에 달한다.
부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수리비도 오를 수밖에 없다. 인상폭이 제한적이더라도 스마트폰, 에어컨, 세탁기처럼 사용 빈도가 높은 제품에서는 체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상이 삼성전자만의 독자적 결정이라기보다 전반적인 시장 흐름에 따른 조정이라고 보고 있다. 수리용 자재비는 경쟁사 단가와 부품 원가 흐름을 함께 고려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가격 조정 흐름에 발맞춘 측면이 있다”며 “수리비 상승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자재비 인상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가격 급등이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2025년 4분기와 2026년 1분기에 각각 40~50%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2분기에도 추가 상승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칩플레이션은 이미 완제품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맥북과 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고, 국내 IT 기기 가격도 단기간에 오른 사례가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이 전년 대비 2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품 가격 상승분이 완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 장벽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물가 지표에서도 IT 제품 가격 부담은 확인된다. 지난달 컴퓨터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2.2% 상승했고, 컴퓨터 물가는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완제품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도 함께 오르고 있다. 컴퓨터 소모품과 수리비 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9%, 5.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칩플레이션은 반도체 기업에는 실적 개선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제품 구매와 수리 부담을 동시에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자제품 가격 고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하반기 소비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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