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인의 DNA가 만나다]
여러분. 생각해보면 되게 신기하지 않나요? 수십만 톤짜리 쇳덩어리 배가 바다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거요. 그런데 이런 배를 아무나 만들 수 있을까요? 자 이제부터 우리 대한민국이 맨땅에서 시작해 세계 1위까지 올라선 산업, 조선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건데요. 그중에서도 유독 굴곡진 역사를 걸어온 기업이 하나 었습니다. 오늘 르데스크 4인용 책상 주제는요. 대한민국 조선업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기업. 옛 대우조선해양이자 현재의 한화오션입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외치던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신용과 의리"를 앞세웠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두 이름이 써내려간 하나의 스토리를 풀어보겠습니다.
[김우중의 개척 DNA - 옥포의 기적]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의 이야기는 1978년 거제도 옥포만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그곳에는 어마어마한 조선소 하나가 자금 부족으로 공사 도중 멈춰 서 있었습니다. 정부가 주도한 세계 최대의 조선소 건립 사업이었는데요. 일은 크게 벌려놨는데, 막상 돈은 부족하고,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던 이 골칫덩어리를 떠안은 사람이 바로 대우그룹 창업주 고 김우중 회장이었습니다. 김 회장이 보기에 제대로만 완성하면 진짜 한국 조선업을 세계로 밀어 올릴 승부처 같은 거예요. 그래서 조선소 건설에 뼈를 갈아 넣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 타고 막 공사 현장을 누기도 하고요. "전체적인 상황을 보려면 하늘에서 봐야겠어, 헬기 띄워!" 하면서 막 헬기 위에서 지시하기도 합니다. 덕분에 1981년, 마침내 세계 최대급 규모인 '100만 톤급 옥포 조선소'가 완성됩니다.
김 회장의 예상처럼 대우조선해양은 정말 승승장구했습니다. 특히 김우중 회장의 상징과도 같았던 '세계경영' 기조에 발맞춰 대우조선해양은 전 세계를 누비며 배를 수주했습니다. 그러면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 이 두 분야에서는 세계 1위까지 올라섰죠. 1990년대에 들어서는 잠수함도 만들기 시작하면서요. 단순히 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우리 해군의 잠수함까지 만드는 조선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를 두고 사람들은 '옥포의 기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주인 없는 회사'가 겪은 가혹한 혹한기]
하지만 잘나가던 대우조선해양에도 혹독한 겨울이 찾아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요.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하게 되거든요. 결국 대우조선해양도 산업은행 관리 체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때부터 무려 20년 넘게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설상가상으로 2010년대 중반에는 글로벌 조선업 불황까지 덮쳤습니다. 하필 이때 대우조선해양이 실적을 키워보고자 좀 무리하게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이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고요. 결국 2015년 한 해에만 2조 9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정부는 회사 살려야 하니까 막 수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이 기업은 어느 순간 '세금 먹는 하마'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됐죠. 거제의 지역 경제도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고요. 한때 '옥포의 기적'이라 불렸던 신화는 그렇게 끝나는 듯 보였습니다.
[김승연의 의리 DNA - '한화오션' 출범]
그렇게 대우조선해양의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순간, 예상 밖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었는데요. 평소 '의리 경영', '뚝심 경영'이라는 말이 따라다니던 김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손을 내민 겁니다. 사실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2008년에도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 했었거든요. 근데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기회를 놓쳤었고요. 그런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바다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거죠. 결국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2023년 5월, 한화는 약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게 됩니다. 그렇게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오션'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출항하게 됩니다.
한화오션 출범 이후 가장 먼저 달라진 건 회사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김승연 회장 특유의 '의리 경영'이 직원들을 움직였어요. 보통 수조 원대 적자를 안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면 가장 먼저 뭘 해요? 비용 절감, 구조조정 이럴걸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한화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연구개발(R&D)에 더 투자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해요. 그리고 어느 날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거제 옥포조선소를 찾았다고 합니다. 현장은 난리가 났겠죠? 그런데 사무실에서 조용히 보고를 받는 대신 가장 먼저 직원들부터 만납니다. 그리고 직원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이제 여러분은 한화의 가족입니다." 이 한마디가 오랜 시간 불안 속에서 일했던 직원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오겠어요. 직원들은 '이제야 우리 회사를 책임질, 주인다운 주인을 찾았구나' 하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변화는 실적으로 나타나요. 한화오션은 출범 직후인 2023년 3분기, 3년 동안 이어졌던 적자의 터널을 빠져나와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합니다. 수익성이 높은 선박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서면서 회사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로 바꾸기 시작한 겁니다.
[육·해·공 방산의 새로운 중심]
이제 한화오션은 단순히 과거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한화그룹이 가진 방산 계열사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과의 엄청난 시너지가 있습니다. 육지와 하늘에서 쌓은 방산 시스템이 바다 위의 함정과 잠수함에 결합한 거죠. 한화오션은 단순한 배를 만드는 회사를 넘어 '종합 솔루션 방산 기업'으로 진화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잖아요. 한화오션이 가진 이런 경쟁력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사 최초로 미국 해군 함정의 MRO 사업을 따낸 겁니다. 미국 해군이 자기 나라 군함의 정비를 한국 조선소에 맡겼다는 거예요. 한화오션의 기술력과 역량을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셈이죠. 뭐 최근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는 아쉽게 기회를 놓쳤지만, 사실 이렇게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죠. 여기에 폴란드, 호주 등 여러 나라의 잠수함 사업에서도 경쟁을 이어가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수백억, 수조 원이 오가는 방산 계약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가격만이 아닙니다. 서로 오랜 시간 약속을 지키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돼야 하는 거니까요. 김승연 회장이 강조해온 '신용과 의리'라는 철학이 한화오션의 기술력과 만나면서,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겁니다.
[전통의 뚝심, 혁신의 과감함]
자전거를 타고 옥포만을 누비며 새로운 길을 개척했던 고(故) 김우중 회장. 그리고 15년의 기다림 끝에 대우조선해양을 품고 새로운 변화를 선택한 김승연 회장. 한화오션은 이 두 사람의 도전과 선택이 만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하나인 것 같습니다. 잘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바꿔야 할 것은 과감하게 바꾸는 것. 한화오션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르데스크 4인용 책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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