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한나연 기자 | 취임 직후부터 '공급 속도'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현장 중심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주택공급 속도 제고를 강조한 데 이어 서울 서리풀지구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잇달아 찾아 사업 기간 단축을 주문하면서 정부 주택공급 정책과 국가 전략사업 추진에도 팔을 걷어부쳤다.
13일 LH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6일 취임식에서 "국민이 집을 기다리는 시간을 단 하루라도 줄이는 것이 LH의 중요한 책무"라며 주택공급 속도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인허가와 보상, 조성공사 등 사업 전 과정을 혁신하고 도심복합사업과 공공정비사업, 유휴부지 개발, 매입임대 확대 등을 통해 공급 성과를 앞당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사장은 취임 후 첫 현장 일정으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를 찾아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현장에서 지구별 추진 일정과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기존 계획보다 주택 착공 시기를 1년 이상 앞당길 수 있도록 사업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서리풀지구는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권 주택공급 확대의 핵심 사업지다. 서리풀 1지구(1만8000가구)와 2지구(2000가구)를 합쳐 최대 2만가구 공급이 예정돼 있다. LH는 이달 1지구 지구계획을 신청하고 내년 상반기 승인, 하반기 보상을 거쳐 2028년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역세권 공공임대 확대와 신혼부부·출산가구를 위한 중형 평형 공급 등 새로운 공공주택 모델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이어 서울대방 신혼희망타운 건설현장을 방문해 폭우·폭염 대비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올해 신설된 '폭염 중대경보'에 맞춰 폭염 안전 5대 기본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단계별 작업중지 기준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했다. 공급 확대뿐 아니라 현장 안전도 함께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또한 이 사장은 지난 9일 용인 국가산단 사업현장을 찾아 추진 일정과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사업기간 단축을 위한 '패스트트랙 전략' 추진을 강조했다. LH는 오는 2028년 반도체 생산시설(Fab) 1호기 착공을 목표로 잔여 보상과 착공 준비를 병행하는 한편, 이달 중 조성공사를 시공책임형 CM 방식으로 발주해 연내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사장은 "매주 추진 실적을 직접 점검하겠다"고 밝히며 사업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같은 행보는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을 현장에서 실행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읽힌다. 서리풀지구는 서울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상징하는 사업이고, 용인 국가산단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핵심 프로젝트인 만큼 두 사업 모두 현 정부 정책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공급 확대 기조가 본격화될수록 LH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H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와 3기 신도시 조성, 공공주택 공급, 국가산단 개발 등 대규모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토지 보상과 기반시설 조성 등 막대한 선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재무 건전성 관리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재무 부담은 이미 커진 상태다. LH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는 173조6567억원으로 전년(160조1055억원)보다 약 13조5000억원 증가했다. 차입금 의존도도 같은 기간 41.7%에서 44.0%로 상승했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토지 보상과 택지 조성, 공사비를 선투입하는 사업 구조상 공급이 늘어날수록 재무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 회수 여건도 녹록지 않다. LH의 미매각 토지는 지난해 말 기준 21조2909억원 규모다. LH는 금융위기 이후 판매목표 관리 등을 통해 미매각 토지를 2022년 말 8조7000억원 수준까지 줄였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토지 판매가 둔화되고 분양대금 연체가 늘면서 다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토지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가 지연될 경우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재원 마련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성훈 사장의 첫 시험대는 '속도'와 '안정'의 균형이 될 전망이다. 취임 직후부터 현장을 잇달아 찾으며 공급 속도 제고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도 공급 확대와 재무 부담을 함께 관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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