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났다는 이른바 '고점론'이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최근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구조적인 수요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보다 한 단계 강화된 경기 전망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현재의 반도체 시장은 과거 사이클과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이유는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급은 첨단 공정의 높은 기술 난도와 생산 능력 확대의 한계로 인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는 일반 범용 반도체와 달리 고객 맞춤형 생산 비중이 높고 양산 과정도 복잡하다.
AI 투자 확대에 공급 부족…반도체 시장 구조 달라졌다
생산라인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려운 만큼 공급 부족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이러한 공급 제약은 가격 방어와 기업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전망 시점이다. 한국은행은 기존에는 반도체 호황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지만, 이번에는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분석을 함께 인용하며 적어도 내년까지 업황이 양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도 AI 투자 확대가 지속되는 한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시장 지표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 반도체 수출은 올해 들어 예상치를 웃도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 역시 2023년 이후 40개월 가까이 이어지며 과거 평균 확장 기간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AI 중심의 새로운 산업 환경이 기존 반도체 사이클과는 다른 흐름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낙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AI 투자 속도가 둔화되거나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예상보다 축소될 경우 업황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글로벌 경기와 금리, 지정학적 변수 역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현재 시장을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산업 구조 변화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판단은 단기 주가 등락보다 AI 산업 성장과 첨단 메모리 시장 확대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반도체 경기 전망을 기존보다 한 단계 높여 제시하면서 시장에서는 '고점 통과'보다 '호황 연장'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실제 투자 여부는 기업 실적과 글로벌 경기, 개인의 투자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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