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해외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력과 용수, 대규모 부지 등 핵심 인프라가 확보된다면 미국을 비롯해 세계 어디든 신규 팹 건설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AI 확산으로 메모리 시장의 수급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조건에 맞는 장소만 있다면 미국이든 전 세계 어디든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현지 생산 확대를 잇달아 요구하는 가운데 나왔다. 최 회장은 미국 고객들의 현지 생산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하며 생산 거점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투자 전제 조건도 분명히 했다. 그는 "반도체 팹은 전력과 용수, 대규모 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급을 늘리고 싶어도 아무 곳에나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과거와 다른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 확대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 반복되는 기존 반도체 사이클과는 다른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고도화될수록 메모리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SK그룹의 사업 방향도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제조기업을 넘어 고객 시스템에 최적화된 메모리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해 반도체와 인프라 간 시너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나스닥 상장에 대해서는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고 해외 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미국 시장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 기반을 확대하고 스톡옵션 등을 활용한 우수 인재 확보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생산능력 확보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향후 신규 생산거점 입지를 둘러싼 국가 간 유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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