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익 더봄] ‘로비도 실력’ 공공건축 설계공모의 썩은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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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더봄] ‘로비도 실력’ 공공건축 설계공모의 썩은 뿌리

여성경제신문 2026-07-13 10:00:00 신고

국제현상설계공모로 선정된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그림=손웅익
국제현상설계공모로 선정된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그림=손웅익

공공건축물은 현상공모라는 절차를 거쳐서 건축설계안을 선정한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그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성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건축설계공모는 공정이 생명이다. 그러나 현상설계공모와 관련된 불공정 의심 사례는 차고 넘친다. 확실한 물증은 없으나 심증은 가는 사건과 같다고나 할까. 대규모 프로젝트 공모가 끝나면 언제나 이런저런 뒷이야기가 나온다.

오죽하면 건축사, 대학교수를 포함한 건축업계 종사자들이 건축설계공모 심사위원 사전접촉 금지 캠페인을 할까. 그 캠페인의 문구는 ‘나는 건축관계자로서 공정한 건축설계공모의 질서 확립을 위해 심사관계자 간의 직·간접적인 사전접촉(사전접촉 시도 포함) 및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운동에 동의함을 선언합니다’인데 이런 캠페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 행위가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로비도 능력’이라는 분위기가 가득한 현실에서 그야말로 캠페인은 실효성 없는 요란하고 시끄러운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은 건축 관계자는 심사위원 사전접촉이나 불공정 행위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 아니면 이번에 캠페인에 동참한 건축 관계자는 그동안 사전접촉을 했고 불공정 행위를 했는데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겠다는 것인가. 또는 공정한 게임을 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건축 관계자들에게 제발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하소연일까.

이런 의미 없는 캠페인을 하지 말고 건축 관계자들 스스로 이런 부정행위가 적발될 시 무거운 처벌을 받겠다는 법을 만드는 게 더 진정성이 있는 것 아닐까. 여기에 서명한 건축사가 3000명이 넘었다는 기사를 봤다. 추측건대 여기에 서명한 건축사 중에 상당수는 불공정한 현상공모로 인한 피해자들일 가능성이 있다.

오랜 세월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했던 필자도 대규모 설계를 딸 수 있다는 희망으로 현상공모에 여러 차례 도전했었다. 그 많은 도전 중에 당선 1건, 우수상 1건 외에 모두 낙선이었다. 그중에 지금도 풀리지 않은 분노가 있다. 어느 공공기관의 직원 기숙사 프로젝트였는데 현상설계 공모 심사가 끝나고 나서 필자와 잘 아는 그 기관의 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심사위원들의 평가 점수를 모아 보니 내 작품의 점수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와서 당선이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발표된 결과는 필자가 우수상이었다. 그 연유를 확인해 보니 그 기관은 심사위원의 점수에다가 기관 간부들이 별도로 매긴 점수를 더해서 최종 점수를 계산한다고 했다. 나중에 당선자를 알아보니 그 기관 출신 건축사였다. 확증은 없으나 심증은 가는 불공정 게임이었던 것이다.

용산 뒷골목에서 바라 본 아모레퍼시픽 사옥 /그림=손웅익
용산 뒷골목에서 바라 본 아모레퍼시픽 사옥 /그림=손웅익

필자의 이런 억울한 경우 외에 수많은 불공정 사례가 떠돌고 있다. 요즈음은 인터넷으로 심사 현장을 중계하기도 하고 심사위원별 점수표를 공개한다. 그러나 심사위원의 점수표를 분석해보면 불공정이 진행형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가령 심사위원 7명 중에 5명은 A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줬는데 유독 1~2명의 심사위원은 A 업체에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를 주고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낮은 점수를 준 B 업체에 최고 점수를 주는 경우다.

이런 심사표를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분명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거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생각은 수준 낮은 심사위원일 가능성이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공통으로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데 그걸 알아보는 안목이 부족한 심사위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목이 형편없고 수준이 낮은 심사위원일 가능성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영혼을 팔아넘긴 심사위원일 가능성이 많다.

이런 문제가 비단 건축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다 안다. 그런데도 이런 불공정 게임이 여러 분야에서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은 공정한 게임을 원하는 모든 이에겐 참으로 화가 나고 슬픈 일이다. 캠페인을 비웃으며 오늘도 보이지 않는 손과 악마의 거래를 하고 있을 그들에게 강력한 법적 처벌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공정이 보장되어야 힘없고 빽없는 건축사도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여성경제신문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wison777@naver.com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 온 환경·생태 전시 설계 전문가로 코엑스아쿠아리움 부사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가의 여행스케치> , <건축가의 아침산책> , <작은집이야기> 등이 있으며, 일상에서 접하는 건축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점차 잊혀가는 마을과 도시의 풍경을 스케치와 글로 남기는 작업을 지속하며 도시의 기억을 기록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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