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피부색과 외모가 남편과 다르다는 이유로 두 차례 아이를 보육원 앞에 유기한 부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0년 넘게 묻혀 있던 범행은 정부의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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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9단독 김보현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남편인 50대 남성 B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 달 된 아기 보육원 앞에 두고 떠나
A 씨와 B 씨는 2005년 경기 포천시에서 동거하던 중 아이를 낳았다. B 씨는 출산 전까지 아이를 자신의 친자로 생각했지만 태어난 아기의 피부색과 외모가 자신과 다르자 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아이를 키우지 않기로 하고 출산 약 한 달 만에 경기 북부의 한 보육원 정문 앞에 아기를 두고 떠났다. 당시 A 씨도 아이를 유기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헤어졌던 두 사람은 2008년 다시 만났다. 당시 A 씨는 이미 임신한 상태였지만 B 씨는 자신의 아이로 믿고 혼인신고를 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A 씨 부모가 소유한 농장 컨테이너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약 1년 동안 함께 키웠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면서 외모와 피부색이 B 씨와 다르게 나타나자 A 씨는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다. A 씨는 2009년 3월 자신의 부모에게 “남편 월급날이라 돈을 찾아오겠다”며 아이를 맡긴 뒤 B 씨 명의의 통장을 가지고 가출했다.
A 씨가 돌아오지 않자 B씨는 아이가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는 같은 달 A 씨의 아버지와 함께 첫 번째 아이를 버렸던 보육원을 다시 찾아 생후 약 1년 된 아이를 정문 앞에 두고 떠났다.
재판부 “보호 의무 저버려 죄책 무겁다”
베이비 박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연합뉴스
두 차례의 아동 유기 범행은 사건 발생 후 10년이 넘도록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은 2024년 지방자치단체가 출생 기록은 있지만 초등학교에 취학하지 않은 아동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당초 조사 대상은 유기된 두 아이가 아닌 다른 아동이었다. 해당 아동과 관련해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A 씨와 B 씨가 과거 두 차례 아이를 유기한 사실이 밝혀졌다. 유기된 두 아이는 모두 생존해 현재까지 무사히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B 씨가 추운 날씨에 만 1세에 불과한 아이를 직접 보육원 앞에 버린 점을 지적했다. A 씨에 대해서도 남편의 친자가 아닌 아이를 친자라고 속여 함께 키우다가 무단으로 가출해 보호 의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A 씨가 집을 나가면 B 씨가 아이를 유기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고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 아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크고 죄책도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유기된 두 아이가 모두 생존해 성장한 것으로 확인된 점과 피고인들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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