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반룡의 게임애가] 트럼프의 치팅과 배재고의 가처분, 게임의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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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트럼프의 치팅과 배재고의 가처분, 게임의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

경향게임스 2026-07-13 09:31: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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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직접 전화를 걸어 판정에 개입한 일이 있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 미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경기에서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은 상대 수비수의 발목을 밟아 레드 카드를 받고 퇴장했다. FIFA 규정상 레드 카드를 받은 선수는 다음 경기 출장이 자동으로 정지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재검토를 요청했고, FIFA는 발로건의 출장 정지를 유예했다. 16강 상대였던 벨기에 축구협회는 스포츠의 근간인 페어플레이(Fair Play)가 무너졌다며 반발했다. 다행히 미국이 16강에서 패해 논란은 더 번지지 않았지만, 만약 미국이 이겼다면 그 승리는 이번 월드컵의 오점으로 남았을 것이고, 벨기에 팀이 입은 상처는 누구도 책임지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대학에서 게임 제작을 가르칠 때, 게임이 성립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규칙(Rule)을 설명한다. 규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게임은 작동한다. 이를 어기는 행위는 치팅(Cheating), 즉 부정행위로 규정되며, 공정성을 훼손한 플레이어는 시스템 안에서 응당한 제재를 받는다. 우리가 사는 사회 역시 거대한 게임의 구조와 다르지 않다. 국가의 법, 지역의 조례, 단체의 규정이라는 규칙이 존재하고, 위반에는 처벌이 따른다. 이 규칙의 엄중함을 가르쳐 올바른 사회인을 길러내는 일이 바로 교육의 역할이다.

규칙은 사회의 성숙과 함께 진화한다. 21세기에 접어들며 가장 뚜렷하게 확립된 보편 규칙 하나는,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조롱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흑인을 비하한 경찰관이 해고되었고, 오클라호마 대학에서는 인종차별 발언을 한 학생이 제적됐다. 최근 2026 북중미 월드컵 경기장에서 동양인 비하 제스처를 취한 멕시코의 고위 인사가 사과 끝에 사퇴한 일도 있었다. 혐오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시대적 합의의 결과다. 글로벌 스포츠의 룰은 더욱 엄격하다. FIFA와 메이저리그(MLB), 유럽 축구 리그는 인종차별과 혐오 발언을 단순한 일탈이 아닌 '혐오 범죄(Hate Crime)'로 규정하고, 경기 중단·무관중 경기·영구 출입 금지·형사 고발이라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격하게 처벌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역시 2022년 규약을 개정해 인종·성별·지역에 대한 반사회적 차별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최근 청룡기 고교야구에서 벌어진 배재고 선수들의 광주일고 선수들을 향한 지역 비하와 조롱은, 바로 이 보편 규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혐오 행위다. 이는 단순한 신경전이 아니라 상대의 출신 지역이라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선천적 배경을 겨냥한 폭력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공정위원회를 열어 배재고에 6개월 전국대회 출전 금지를 부과했다. 규칙을 어긴 부정행위에 시스템이 합당한 페널티를 부과한,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일부 언론이 이 사건을 소비하는 방식은 대단히 기형적이다. 다수의 매체와 정치인은 언어폭력에 상처 입고 경기의 공정성마저 침해당한 광주일고 학생들의 피해는 외면한 채, 가해자인 배재고 선수들의 입시와 미래를 걱정하며 처벌이 가혹하다고 주장한다. 상대의 정당한 시합과 입시를 부정행위로 망치려 한 이들이 정작 자신의 입시가 위태롭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명백한 논리적 모순이다. 자본이 지배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규칙 위반에 막대한 금전적 페널티가 따르듯, 성적과 입시를 걸고 경쟁하는 학생 스포츠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면 성적과 입시에 페널티가 부과되는 것이 공정하다.

태어난 지역과 피부색, 성별과 신체적 특징처럼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선천적 요소는 어떤 상황에서도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이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일이 국제 대회에서 흑인 선수를 향한 인종차별이거나 유대인을 향한 홀로코스트 조롱이었다면, 지금처럼 가해 학생의 입시를 걱정하며 징계가 가혹하다는 옹호론이 나왔을지 의문이다. 이를 사소한 지역 갈등으로 축소하거나 가해자가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관용을 요구하는 태도는, 우리 사회가 아직 지역 혐오를 인권의 문제로 보지 못한다는 증거다.

운동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을 우리는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이라 부른다. 여기에는 규칙 준수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 결과에 승복하는 품위가 포함된다. 상대를 혐오하고 조롱하며 스포츠맨십을 내던진 이들은 이미 그라운드에 설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배재고는 6개월 출전 정지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정해진 규칙 위반에 대한 벌칙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이번 사건은 우발적 일탈이 아니라, 묵인된 혐오가 스포츠의 외피를 쓰고 발현된 명백한 언어적 학교폭력이다.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룬 학교폭력 엄벌의 원칙이 그라운드 위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입시를 빙자한 면죄부는 결국 정정당당하게 땀 흘리는 수많은 어린 선수들의 미래를 짓밟는 더 큰 차별이 될 뿐이다. 전 세계의 비난을 받은 트럼프의 반칙이, 우리의 그라운드에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중반룡(박형택) 그는?
게임 유저로 시작해서 2001년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야심차게 창업한 게임 회사로 실패도 경험했다. 게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치며 10년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 투자 전문가로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게임을 주제로 연구하는 게임학 박사이기도 하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게임을 강의하고 있는 그는 게임문화 평론가를 자처하고 있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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