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 첫날 10% 넘게 급등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한 SK하이닉스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된 결과다.
이번 상장을 통해 265억달러가 넘는 자금까지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는 국내외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는 물론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컴퓨팅 생태계를 겨냥한 대규모 투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서 공모가인 149달러보다 12.76% 오른 168.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첫 거래 가격은 170달러로 공모가를 크게 웃돌았다. 상장 첫날 거래량도 1억주를 넘어서며 SK하이닉스의 AI 성장성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에서 ADR 1억7790만주를 주당 149달러에 발행해 총 265억달러가량을 조달했다.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기업공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2014년 알리바바가 기록한 250억달러를 넘어섰다.
▲ 나스닥 첫날 12.8% 급등…글로벌 AI 대표주 부상
SK하이닉스의 나스닥 흥행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회사를 단순한 메모리 제조업체가 아닌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와의 공급망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투자자들은 환전이나 한국 주식계좌 개설 없이도 ADR을 통해 SK하이닉스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 대한 접근성이 낮았던 북미 기관과 개인투자자까지 투자 저변에 포함되면서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벨 행사에 참석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공식화했다.
곽 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신뢰와 혁신, 성장을 강조하며 “기술 리더십을 증명하며 AI가 있는 모든 곳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 국내 본주보다 16% 비싸…‘역김치프리미엄’ 발생
상장 첫날 미국 ADR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보통주보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이른바 ‘역김치프리미엄’ 현상도 나타났다.
SK하이닉스 ADR 10주는 국내 보통주 1주에 해당한다. ADR 종가 168.01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한 보통주 1주의 가치는 약 253만원으로, 같은 날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록한 종가 218만원보다 약 16% 높다.
동일한 기업의 주식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더 비싸게 거래된 것이다. 이는 국내 본주와 미국 ADR 사이의 전환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ADR을 취소해 국내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국내 보통주를 매입해 ADR로 전환하려면 회사와 예탁기관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주식을 싸게 사 미국에서 비싸게 파는 차익거래가 제한되면서 두 시장의 가격 격차가 일정 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 ADR이 국내 본주보다 12~17%가량 높은 가격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미국 투자자들의 접근성 프리미엄이 별도로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TSMC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TSMC는 미국 ADR과 대만 본주 사이의 전환 제한으로 인해 미국에서 거래되는 ADR이 본주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현상이 장기간 이어졌다.
다만 ADR 프리미엄이 국내 본주의 재평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 확인된 높은 기업가치가 국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미국 시장 접근성에 대한 별도의 프리미엄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 40조원 실탄 확보…HBM·첨단 패키징 투자 확대
상장을 통해 확보한 대규모 자금은 SK하이닉스의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반도체 투자에 투입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첨단 패키징 공장, 반도체 제조장비 등에 공모자금을 활용할 방침이다.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추진 중인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와 연구개발 시설 등 글로벌 투자에도 자금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 주요 AI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컴퓨팅 생태계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도 나스닥 상장 당일 미국 방송 인터뷰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AI와 AI 데이터센터, 기술기업과 스타트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상장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SK하이닉스를 글로벌 AI 생태계의 투자자이자 핵심 파트너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 달러 자금 국내 유입…환율 안정 효과 주목
SK하이닉스가 조달한 달러 자금이 국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SK하이닉스는 공모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국내 반도체 공장 건설과 장비 구매에 사용할 예정이다. 달러로 조달한 자금을 국내 투자에 활용하려면 원화로 환전해야 하는 만큼 외환시장에 대규모 달러 공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조달한 약 265억달러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실제 국내에 공급된 금액보다 큰 규모다.
다만 수백억달러가 한꺼번에 시장에 풀릴 경우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SK하이닉스는 선물환과 현물환 거래를 통해 자금을 분산 유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은 SK하이닉스가 공모자금 일부를 7월 중 국내로 들여와 공장 건설과 장비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 ADR의 공모대금 납입은 미국시간으로 오는 14일 마무리된다. ADR 발행의 기초가 되는 국내 보통주 신주는 오는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추가 상장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HBM과 첨단 패키징, AI 인프라 분야의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 상장 첫날 확인된 높은 투자 열기가 국내 본주의 기업가치 재평가와 원·달러 환율 안정으로까지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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