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토지나 건물처럼 움직여서 옮길 수 없는 재산을 말합니다. 사람의 거주지가 걸린 문제이니 만큼 개인 재산 중에서는 구매 및 거래과정이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가격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규제와 세금이 가장 강력한 시장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비즈니스플러스는 최근 이슈 및 업계 동향에 대해 쉽게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요즘 부동산에 대해 하나하나씩 알아가볼까요. [편집자주]
수도권 남부 주택시장이 서울 접근성보다 반도체 산업 접근성이 가격을 결정하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이 주거 선호도를 바꾸면서 집값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 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남부 주택시장은 과거와 다른 가격 형성 구조를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강남 접근성이나 서울 출퇴근 시간이 아파트 가치의 핵심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단지와의 직주근접성이 새로운 가격 결정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GTX-A와 광역급행버스(M버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통근 셔틀버스가 연결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가 집중되면서 기존 '역세권'을 넘어 '셔세권'이라는 새로운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투자 확대와 맞물려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기흥·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교통망이 갖춰지면서 동탄과 기흥은 단순한 배후 주거지가 아니라 여러 사업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산업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선 산업이 교통을 만들고, 교통이 다시 주거 선호도를 바꾸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같은 흐름은 화성시 동탄구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탄구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11.38%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동탄 전체에 고르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GTX-A 동탄역과 삼성전자 셔틀버스 이용이 편리한 지역에 집중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여울동 '동탄역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지난 6월 22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동탄호수공원 인근 송동 '동탄린스트라우스더레이크' 역시 19억원대를 기록하며 경기 남부 대표 상급지인 판교와 분당에 근접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같은 동탄2신도시 안에서도 동탄역과 거리가 있는 일부 지역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산척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 전용 85㎡는 최근에도 5억원 안팎에서 거래되며 수년째 큰 가격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자료를 분석하면 동탄구에서 전용 84㎡ 기준 실거래가 12억원을 넘는 공동주택 대부분이 동탄역 반경 2㎞ 이내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행정구역 안에서도 가격 차이가 최대 4배 이상 벌어지는 셈이다.
동탄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제는 '동탄에 사느냐'보다 '동탄역과 셔틀버스를 얼마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가 가격을 결정한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용인 기흥구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접근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같은 생활권 안에서도 가격 차별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도권 남부 집값 상승을 단순한 지역 개발 호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형성된 막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국내 가계의 잠재적 주식 자본이득 규모를 약 1146조원으로 추산했다. 증시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가 소비뿐 아니라 실물자산 시장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이러한 자산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과 성과급, 사내 복지제도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일반 가계보다 주택 구매 여력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시기마다 수도권 남부 주요 지역의 매수 문의가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말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하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축소됐고 갭투자도 사실상 제한됐다.
다만 현장에서는 규제 범위를 둘러싼 아쉬움도 적지 않다. 실제 가격 상승은 동탄역과 일부 핵심 생활권에 집중됐지만 규제는 행정구역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정체된 지역까지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동탄의 과열 가능성이 예견됐던 만큼 보다 이른 시점에서 동(洞) 단위의 정교한 규제가 이뤄졌다면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가 거래량 감소와 단기적인 상승세 둔화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산업 경쟁력에서 비롯되는 실수요까지 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 확대에 따른 고소득 전문인력 유입이 지속된다면 가격 조정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풍선효과 가능성도 거론된다. 동탄과 기흥 규제로 인해 화성 병점이나 용인 처인구 등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대로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다면 더 우수한 입지로 이동하겠다"는 수요가 판교나 분당 등 상급지로 이동하는 역풍선효과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남부 주택시장은 '서울 접근성' 중심에서 '산업 접근성' 중심으로 가격 결정 구조가 바뀌는 전환기에 들어섰다"며 "단기적인 규제보다 산업 경쟁력과 유동성 흐름, 공급 여건이 향후 시장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 확대와 광역교통망 확충을 병행하는 보다 정교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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