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정유화학업계 하반기 글로벌 경영 환경이 정유와 석유화학 간 희비를 뚜렷하게 가를 것으로 전망돼 관심이 모인다. 상반기에는 미국·이란 전쟁 후 유가 급등과 공급 차질 우려가 업계 전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7월 들어 유가와 나프타 가격이 빠르게 안정되며 흐름이 갈리고 있다. 정유업계에는 중동 정제설비 차질과 중국 석유제품 수출 제한에 따른 마진 방어 여지가 있는 반면 석유화학업계에는 역(逆)래깅과 범용제품 공급과잉이란 부담이 다시 드리우고 있다.
▲ 정유업계, 마진 효과로 ‘버티기’ 돌입하나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1분기 뚜렷한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약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4~2025년 석유제품 수요 부진과 정제마진 약세,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손실로 실적이 하강했던 흐름과 비교하면 큰 폭 반등이다.
전쟁 이전 배럴당 5~6달러 수준이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4~5월 평균 약 30달러까지 뛰었다. 종전 합의 이후에도 10~2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7월 초 기준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60~70달러선으로 급등 국면을 벗어났지만 중동 공급망 정상화에 시간이 걸리는 점이 정제마진 방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반기 정유업계 관건은 높은 이익률을 재무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1분기 대규모 이익에도 유가 상승에 따른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부담이 커지며 정유 4사 합산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약 42조원에서 올해 3월 말 약 46조원으로 늘어났다.
유가가 더 내려가면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재고평가손실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 따른 내수 판매마진 제한도 부담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로 정유사가 손실을 볼 경우 사후 정산 체계를 통해 보전하겠다는 방침이나 실제 보전 규모와 시점은 유동적이다.
기업별로는 에쓰오일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샤힌 프로젝트 투자 부담은 크나 최대주주 아람코 지원과 정유부문 실적 개선이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와 SKI E&S 편입 효과가 실적을 받치고 있지만 SK온 배터리 적자가 부담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 구조개편 이후 석유화학 계열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GS칼텍스 역시 정제마진 개선 수혜가 차입 부담 완화로 이어져야 한다. 이로써 정유업계 하반기 과제는 호황을 지속보다 마진이 줄기 전 재무 체력을 회복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 석화업계, 반등보다 생산단지 구조재편에 ‘촉각’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상반기 반등 지속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32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51억원 적자)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전쟁 이전 낮은 가격에 확보한 나프타가 4월 이후 투입되며 원가 부담을 늦춰주는 래깅효과가 나타난 영향이다.
하지만 이는 오래 가기 어렵다. 한때 톤당 1000달러를 웃돌았던 나프타 가격은 최근 600달러 초반대까지 낮아졌다, 한 달 전보다는 20% 가까이 떨어졌다.
원료 가격 하락은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이나 고가 원료가 투입되는 동안 제품 판매가격이 먼저 내려가면 역래깅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에틸렌 스프레드는 6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프로필렌도 6월 중순 이후 전쟁 이전 수준을 밑돈 것으로 파악된다.
더 큰 문제는 가격 효과가 사라진 뒤에도 공급과잉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6~2028년 글로벌 시장에 에틸렌 약 2800만톤, 프로필렌 약 1800만톤 규모 신규 증설이 예정돼 있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과 대규모 증설 기조도 여전하다.
범용 올레핀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 여천NCC, SK어드밴스드 등은 하반기에도 수익성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 LG화학은 석유화학과 2차전지 부문 변동성이 부담이다. SK지오센트릭은 PX 등 방향족 스프레드 개선으로 방어 여지가 있지만 업황 변동성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와 에너지 부문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체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전방 수요 회복이 더디면 가격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하반기 석유화학업계 핵심 변수는 결국 구조개편에 달렸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평가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대산 지역에서 저효율 NCC 설비를 조정하고 정유·석유화학 통합 운영을 추진한다.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통합법인을 만들 계획이다. 양사는 각각 6000억원을 출자, 9월까지 재편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수에서는 여천NCC를 중심으로 설비 축소와 고부가 제품 전환이 추진 중이다.
다만 구조개편이 곧바로 재무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합법인 출자, 채무보증, 자금보충 부담이 남아 있는데다 설비를 줄여도 글로벌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으면 제품가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업은 정제마진 하락 뒤 재무 부담 최소화, 석유화학은 래깅효과에 기대지 않는 사업구조 구축 여부가 하반기 경영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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