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부산 중구 자갈치해안로 일대 명소는 국내 대표 해산물 시장 중 으뜸으로 꼽힌다. 펄떡이는 활어, 바싹 마른 건어물, 여성 상인 '자갈치 아지매' 3박자가 핵심 특징이다. 시장 입구 주변에 다가서면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찌른다. 투명한 수조 안 생물은 거친 물살을 사방에 튀긴다. 딱딱한 전복, 붉은 문어, 오돌토돌한 멍게, 미끄러운 해삼은 차가운 얼음 위에서 화려한 색감을 뽐낸다. 푸른 눈 이방인은 스마트폰 번역기를 조작한다. 화면을 내밀어 단가를 묻는다. 점포 주인은 격렬한 손짓, 짧은 영단어, 구수한 사투리 뒤섞인 억양으로 판매 금액을 외친다. 횟감을 직접 선택한다. 결제 직후 위층 식당가로 직행하는 시스템은 낯선 방문객에게 무척 강렬한 오감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자갈밭 해변에서 어시장으로
남포동 권역은 아주 오래전 '남빈'으로 불렸다. 남쪽 물가라는 의미다. 해변에는 어른 주먹 크기 둥근 자갈이 드넓게 깔렸다. 소형 목선들이 수시로 육지를 들락거렸다. 일제강점기 갯벌 메우기 작업, 대규모 항만 토목 공사 직후 거대한 남항이 탄생했다. 포구, 항구 뜻을 모두 포함한 '남포' 명칭는 훗날 굳건히 정착했다. 자갈치라는 독특한 단어 속에는 돌멩이 가득한 바닷가, 어류를 지칭하는 '치' 글자가 교묘하게 배합됐다.
독특한 어원은 옛 상권 성격을 완벽하게 대변한다. 초기 장터는 말끔하게 정돈된 상가 구역 부근 질척이는 진흙밭에 가까웠다. 부두 뱃사람, 하역 노동자, 영세 길거리 장수, 굵직한 도매업자 거래가 뒤엉킨 바닥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반들반들한 돌은 자취를 감췄다. 투박한 이름표는 질기게 살아남았다. 바닥 암석들은 깊은 매립지 아래 단단히 묻혔다. 플라스틱 통, 둥근 소쿠리, 산더미처럼 쌓인 상자가 짠내 나는 기억을 전승한다.
성장 역사는 남항 개발 프로젝트 연장선에 있다. 1915년 최초 건설 계획이 수립됐다. 본격적인 삽질은 1928년 시작됐다. 대한해협 거센 파도를 막아설 방파제 축조가 핵심 목표였다. 1931년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 방파해벽 완공 직후 1차 간척 토목공사가 끝맺었다. 1934년부터 1940년 사이 2차 간척 사업이 연달아 진행됐다. 시퍼런 바닷물은 평평한 육지로 둔갑했다. 화물 하역장, 거친 부두가 새롭게 우뚝 섰다.
새롭게 확보된 부지는 조선 수산물 유통망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제국주의 통제 장치에 편입됐다. 부산수산주식회사어시장, 지역 어업조합, 중앙도매시장이 항만 주변 요지에 속속 들어섰다. 경상남도 각지 해산물이 전면 앞마당에 쏟아졌다. 중매인 손을 거친 생물들은 한반도 전역, 바다 건너 일본, 멀리 만주 대륙까지 팔려 나갔다. 거대 어시장 뿌리는 촘촘한 공식 통제망 바깥 웅크린 난전들이었다. 작은 나룻배가 건져 올린 생선을 쪼그려 앉아 팔던 무지랭이 백성들이 엄청난 상업 신화를 잉태했다.
◇피란민과 여성 노동 상징 자갈치 아지매
광복 직후 중구 바닥은 귀환 동포, 한국전쟁 피란민 무리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한 인구는 잠잘 곳, 밥벌이 일터를 극도로 갈구했다. 수많은 빈민은 허름한 목조 가건물을 지었다. 국제시장, 부평시장 비좁은 골목마다 봇짐장수가 늘어났다. 남포동 해안선 둑방길 부근 생계형 좌판이 빈틈없이 들러붙었다. 연안 여객선 정박 내항, 근해 어선 정박지, 진흙탕 점포가 무질서하게 융합된 복잡다단한 공간이 창조됐다.
어패류처리장 외곽 흙바닥에는 나무 판자로 엮은 임시 건축물이 빼곡했다. 굽어진 해안선을 따라 조개, 미역, 다시마 파는 아낙네들이 줄지어 앉았다. 시청 행정 당국은 전후 복구 시기 철거 정비 작업에 돌입했다. 1969년 현재 주소지에 3층짜리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신축했다. 1970년 마침내 정식 개장 테이프를 끊었다. 1972년 합법적 사업자 등록 절차를 밟았다. 번듯한 외형은 훗날 세워졌다. 상인들 끈질긴 생명력은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서 싹텄다. 찢긴 도시 상처, 살고자 하는 지독한 의지가 튼튼한 뼈대를 완성한 셈이다.
기나긴 발자취를 논할 때 '자갈치 아지매' 존재를 결코 빼놓기 불가능하다. 낡은 사과 궤짝 위에 앉아 억척스럽게 장사하던 여성들은 지역 최고 상징 아이콘이다. 껍질 벗긴 곰장어를 연탄불에 올렸다. 미끄러운 해삼을 능숙하게 썰어냈다. 귀한 고래 수육을 팔았다. 축축한 톳나물 더미를 널찍하게 펼쳤다. 칼바람 부는 한겨울 날씨 속 호객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렸다. 비늘 벗기는 손놀림은 눈부시게 빨랐다. 값을 깎는 손님을 윽박지르는 억양 속에는 팍팍한 삶을 버텨낸 억센 생활력이 짙게 배어났다.
짠내 나는 부두에서 온 가족 생계를 짊어진 숭고한 희생사다. 굶주린 피란민 촌, 피폐한 경제 틈바구니 속에서 젖먹이 자식들을 배불리 먹여 살린 거룩한 손이다. 거친 뱃사나이, 돈 많은 도매상 전용 구역 추락을 막아낸 결정적 이유가 거기 숨어 있다. 거대한 위상은 비좁은 널빤지 앞에 쪼그려 앉은 어머니들 고단한 몸짓 안에서 비로소 완성됐다.
◇화마 극복한 후 글로벌 랜드마크로
1970년 입주 완료 이후 여러 차례 커다란 부침을 겪었다. 1985년 발생한 대형 화재 참사로 영세 점포 수백 곳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끔찍한 재난 이듬해 현대식 철골 구조물로 빠르게 복구됐다. 2006년 마침내 갈매기 날개 형상을 본뜬 랜드마크 위용을 완벽하게 갖췄다. 에어컨 돌아가는 쾌적한 실내 구역에는 활어부, 전복부, 선어부, 잡어부 매장이 깔끔하게 입점했다. 에스컬레이터 위층 공간에는 넓은 횟집, 대형 식당가가 둥지를 틀었다. 구매자는 1층에서 먹거리를 직접 골라잡는다. 곧바로 전망 좋은 2층 좌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외관은 화려하게 정돈됐다. 끈적한 옛 감각은 여전히 건재하다. 아스팔트 바깥 도로에는 짭짤한 건어물, 조개구이 포장마차, 얼음 제조 공장, 대야 장수가 끝없이 도열해 있다. 영도대교 초입 골목부터 충무동 공동어시장 끄트머리 방향 광활한 구역 전체를 뭉뚱그려 명칭을 부르는 까닭도 여기서 출발한다. 애초 근본 출발점이 경계 없는 길거리 좌판이었기 때문이다. 딱 부러지는 행정 구역 구분표 부근 바닷가 특유의 폭넓은 포용력이 위대한 명성을 키웠다.
최근 외국 국적 여행객이 돈을 지불하는 대상은 뱃속을 채우는 음식 그 이상이다. 북적이는 수조 사이를 천천히 걷는다. 팔뚝 크기 광어, 거대한 대게, 꿈틀거리는 산낙지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한다. 파파고 앱을 켠다. 상인에게 시세를 묻는다. 숙련된 도마 위 칼질 솜씨를 동영상으로 꼼꼼히 촬영한다. 방금 뜬 회, 얼큰한 매운탕, 불향 입힌 곰장어를 땀 흘린 채 맛본다. 푸짐한 한 끼 식사 코스는 전통 투어, 해양 생물 학습, 날것의 오감 체험 요소를 전부 포괄한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도 방문 코스를 시식 액티비티 위주로 적극 추천한다.
전 세계를 강타한 한식 열풍은 남쪽 바닷가에서 전혀 다른 색채를 띤다. 강남 빌딩 숲 세련된 파인다이닝 코스와 대비된다. 요리에는 핏물, 생선 비늘, 날카로운 도마 소리, 시끄러운 흥정의 언어가 고스란히 담겼다. 파닥거리는 생명체가 눈앞에서 먹기 좋은 요리로 둔갑하는 찰나가 최고 핵심 판매 상품이다. 이방인 눈에는 다소 잔인하게 비칠 수 있다. 꾸밈없는 진짜 민낯으로 긍정적 해석을 낳는다. 폭발적인 외국인 유입은 죽어가는 상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턱없이 치솟는 고물가, 1회성 놀이 위주 소비가 토박이 이웃들 저녁 반찬 구매 행위를 외곽으로 밀어낼 위험성도 짙다.
◇광활한 해안 상권 품은 폭발적 에너지
거대 어시장은 바다 위에 홀로 둥둥 떠 있는 외로운 고립 명소 부근 남항 일대 수산 구역 전체 심장부에 가깝다. 영도대교 아래부터 선박 수리 조선소 사이 구간에는 충무동 해안 골목, 새벽 도매 장터, 신동아 복합센터, 멸치 상회가 거미줄 형상으로 포진했다. 한밤중 위판장 경매를 통과한 싱싱한 어획물, 뱃사람 전용 두꺼운 방한복, 고무장화, 대용량 식자재, 해풍에 바싹 말린 오징어가 컨베이어 벨트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폭발적인 활력은 으리으리한 단일 건축물 내부 외곽 짠내 나는 길거리 전체 네트워크 안에서 터져 나온다.
북쪽 방향 건널목을 건너면 영화 촬영지 국제시장, 깡통 야시장이 지척이다. 우뚝 솟은 용두산 타워, 패션 일번지 광복동, 낭만적인 태종대 해안 절벽도 훌륭한 반나절 동선 안에 쏙 들어온다. 국경을 넘은 외부인에게 펄떡이는 구역은 진수를 알려주는 문지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쫄깃한 회 한 점, 매캐한 연탄 불향, 목청 큰 상인 억양, 눈부신 은빛 비늘이 짧은 시간 안에 빽빽하게 포개진다. 바다가 먹여 살린 해양 심장부는 비릿한 부두 끄트머리에서 가장 노골적이고 매력적인 표정을 활짝 드러낸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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