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기업회생절차가 폐지된 홈플러스의 운명이 결국 2000억원을 둘러싼 대주주와 최대 채권자의 셈법 싸움에 갇혔다. 서울회생법원이 제시한 마지막 조건도, 정치권의 압박도 아직 이 교착을 풀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홈플러스가 회생에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 2000억원의 구체적 조달 방안을 마련해 즉시항고하면 다시 심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항고 시한은 원칙적으로 결정일로부터 14일 뒤인 17일이지만, 이날이 제헌절 공휴일이고 다음 날이 주말인 점을 감안해 20일까지 기한이 남아있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파산이 선고되고, 이후 자산을 현금화해 채권자들에게 나누는 청산 절차가 진행된다. 청산이 현실화하면 직접고용 근로자 약 1만2000명과 간접고용 인력 약 1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고, 상품·용역을 납품해온 협력사 4600여곳과 매장 입점업체 등 변제 순위가 밀린 일반 채권자들은 대금을 받지 못할 위험에 놓인다.
2000억원 조달이 홈플러스의 운명을 가를 열쇠이지만, 열쇠를 쥔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은 여전히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국회에서 두 회사 경영진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해관계자들에게 사과하고 해법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는 자금 집행 조건을 둘러싼 입장차만 재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쟁점은 우선 집행이 시급한 1000억원이다. 애초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개인적으로 연대보증하기로 했던 금액이지만, 이날 확인된 MBK 측 입장은 “메리츠금융이 전체 2000억원에 대한 대출 계약을 먼저 체결해야 그 중 1000억원을 보증하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메리츠 측은 보증이 있더라도 법무법인·회계법인 검토와 이사회 의결 등 절차를 거쳐야 하며, 지원 가능한 금액도 최대 1000억원이 한계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을지로위원회 한 관계자는 “MBK가 2000억원을 못 구하면 법원에 항고해 봤자 의미가 없다고 두손을 놓은 듯 얘기를 하고 있다”라며 “정말 홈플러스를 살리고자 한다면 1000억원이라도 빨리 넣어서 (법원에 항고를) 사정 해야하는 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29일 법원에 제출한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 수정안을 보면, 자금 조달 계획의 상당 부분이 메리츠에 대한 채권 상환과 맞물려 있다. 지난 4월 대전 유성점과 동광주점을 조건부로 총 173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내년까지 야탑점도 약 8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세 지점 모두 메리츠가 신탁담보권을 쥐고 있는 곳으로, 매각 대금은 법적으로 메리츠 쪽으로 우선 흘러가게 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자금 일부를 긴급운영자금(DIP)으로 전용하자는 제안을 내놨지만, 메리츠 측은 법적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착이 이어지자 을지로위원회는 국회 정무위원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다만 국민의힘이 상임위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어 여야 간사 협의가 먼저 필요한 상황이라, 실제 개최 여부와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 이와 별개로 을지로위는 국민연금공단을 향해서도 MBK에 대한 투자금(약 2조2000억원) 회수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