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열풍에 포스코가 웃는 이유…‘전기강판’ 판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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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 열풍에 포스코가 웃는 이유…‘전기강판’ 판 키운다

투데이신문 2026-07-12 10:06: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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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홀딩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홀딩스]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포스코가 AI·로봇 시대의 핵심 소재 공급자로 떠오르고 있다. 오랜 기간 기술력을 축적한 전기강판이 인공지능(AI) 인프라·미래모빌리티·로봇의 효율을 결정하는 전략 소재로 부상하면서다. 철강 제품이 ‘뼈대’를 넘어 AI와 로봇의 ‘심장’으로 진입한 셈이다. 

12일 포스코에 따르면 철강 분야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미래 신수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로봇 등 ‘AX 생태계’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김기수 미래기술연구원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일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AI·로봇·미래 산업에 필요한 차세대 고부가 제품을 개발하고, 특히 전력 모터·피지컬 AI용으로 수요가 확대될 전기강판의 개발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전기강판은 철에 규소(실리콘)를 1~5% 첨가한 합금이다. 전자기적 효율을 극대화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특성을 가진다. 전기강판은 전류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방향성과 무방향성으로 나뉜다. 방향성 전기강판(GO)은 철판의 압연 방향을 일정하게 조정해 전류가 한 방향으로 잘 흐르도록 만든 강재다. 자기적 특성이 뛰어나 변압기 등 움직이지 않는 기계의 철심 소재로 사용된다. 

무방향성 전기강판(NO)은 압연 결정이 방향성을 띠지 않고 불규칙하게 배열된다. 어느 방향으로든 전류가 고르게 통하기 때문에 회전하는 기기의 철심 소재로 쓰인다. 대형 발전기부터 전기차의 구동 모터 코어, 에어컨·세탁기·냉장고 등 고효율을 요구하는 가전제품의 필수 소재다. 

전기강판의 기술적 진입 장벽은 높다. 강판 주변에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이 생기며 열이 발생한다. 열은 곧 전력손실이다. 선풍기의 모터가 뜨거워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전기강판은 철에 1~5%의 규소(실리콘)를 더해 강재의 저항을 높인다. 열을 초래하는 전류의 양을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철 함유량이 줄어 강도가 약해진다. 규소를 첨가하면서도 강도를 유지하고 목적에 따라 강판의 자성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이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유한 곳이 포스코다. 포스코는 1979년부터 전기강판 양산을 시작해 약 47년간 기술력을 축적했다. 지난 2월에는 전력용(방향성) 전기강판과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포스코의 8대 전략제품으로 선정하고, 기술 개발부터 생산·판매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프로젝트팀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HyperNO’가 적용된 자동차 모형이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포스코 전시 공간 ‘파크 1538’에 전시돼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HyperNO’가 적용된 자동차 모형이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포스코 전시 공간 ‘파크 1538’에 전시돼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특히 고품질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HyperNO’로 브랜드화해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섰다. 포스코의 HyperNO는 전력 손실(철손)값이 3.5W/kg 이하다. 이를 구동모터의 철심에 적용하면 일반 전기강판 대비 에너지 손실을 약 30% 낮출 수 있다. 미래 전기차의 동력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인 셈이다. 

비밀은 두께다. 무방향성 전기강판의 전력 손실은 두께가 얇을수록 낮아진다. 포스코는 HyperNO를 최소 0.15㎜ 두께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현재 HyperNO와 비슷한 등급의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철강사는 전 세계 10개 미만이다. 이 중 5~6개 업체만 안정적인 품질로 양산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70만t, 광양제철소 30만t 등 국내에서 총 100만t의 전기강판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생산량도 2023년 63만t, 2024년 80만2000t, 2025년 87만4000t으로 증가세다. 포스코의 전체 조강 생산량(2024년 기준 3504만t)에 비하면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범용 강재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고부가 제품인 전기강판 생산량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신규 수요가 더해진다. 휴머노이드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는 내부에 구동 모터를 품고 있다. 구동 모터의 고정자와 회전자는 얇은 전기강판을 수백 장 쌓아 만든다. 전기강판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모터의 효율이 떨어지고 로봇이 금방 뜨거워진다. 특히 로봇용 모터는 작으면서도 큰 힘을 내야 한다. 전기강판을 최대한 얇게 만들면서도 자석의 힘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포스코의 기술력이 필요한 셈이다. 

포스코는 글로벌 시장에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효율 전기강판 수요를 겨냥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달 11일에는 현대자동차 및 부품사,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총 10곳의 산학연관과 손잡고 ‘규소 6.5%급 광폭 전기강판 및 전기차 전비 향상형 코어·구동모터 제조기술 개발’ 공동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규소 함량이 높아질수록 깨지기 쉬운 전기강판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세대 고효율 전기강판 제조기술을 확보, 실제 전기차 구동모터에 적용해 전비 향상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내 AI·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휴머노이드 등 AX관련 미래 신수요 시장을 선점해 질적 성장을 이루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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