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제주 바다에서 한치가 제철을 맞았다. 오징어와 생김새가 비슷해 헷갈리기 쉽지만, 한치는 더 얇고 부드러운 살결로 귀한 대접을 받는 수산물이다.
특히 제주 연안에서 잡히는 한치는 여름철 회와 물회 재료로 인기가 높다. 살이 연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와 더위로 입맛이 떨어진 계절에 잘 어울린다. 어획량이 많지 않아 수산물 시장에서는 오징어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도 흔하다.
다리 길이 약 3cm, 이름에도 담긴 한치의 특징
한치는 창꼴뚜기나 화살꼴뚜기로 불리는 꼴뚜기 종류다. 제주에서는 창꼴뚜기, 창오징어라고도 부른다.
한치라는 이름은 다리 길이에서 나왔다. 한치는 모두 10개의 발을 가지고 있는데, 긴 발 2개를 제외한 나머지 발이 한 치, 약 3cm 정도로 짧다. 이 때문에 ‘한치’라는 별칭이 붙었다.
생김새는 오징어와 비슷하지만 맛과 식감은 다르다. 한치는 살이 얇고 연해 질긴 느낌이 적다. 씹을수록 은근한 단맛이 올라오고, 입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간다.
제주에는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라는 말도 전해진다. 그만큼 한치는 예전부터 오징어보다 귀한 재료로 여겨졌다. 제주도민들은 기제사나 명절에 한치를 양념한 뒤 꼬치에 꿰어 제물로 올리기도 했다.
제주 바다 밝히는 한치잡이
제주 한치는 주로 5월 중순부터 9월까지 잡힌다. 수온이 따뜻해지는 시기부터 연안으로 들어오고, 봄과 여름에는 가까운 모랫바닥에 알을 낳는다.
한치는 낮에는 바다 밑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위쪽으로 올라와 움직인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떼를 지어 이동하는 습성이 있어 어민들은 주로 초저녁부터 배를 타고 한치잡이에 나선다.
해가 떨어지면 한치잡이 배는 전등을 환하게 밝힌다. 한치는 밝은 빛을 따라 모이는 성질이 있어 배 주변으로 몰려든다. 이때 바다 위에 켜진 집어등 불빛을 ‘어화’라고 부른다. 여름밤 제주 바다에서 반짝이는 불빛은 한치잡이가 한창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갓 잡은 한치는 몸통이 유리처럼 맑고 투명하다. 하지만 물 밖으로 나온 뒤 시간이 지나면 점차 하얗게 변한다. 그래서 투명한 빛이 남아 있을 때 얇게 썰어 먹는 활한치회는 여름 제주에서 빠지지 않는 별미로 꼽힌다.
6월부터 9월까지, 물회로 먹기 좋은 제철
제주에서 한치는 대체로 6월부터 9월까지 제철로 본다. 특히 5월 중순부터 6월 사이에는 살이 부드럽고 단맛이 좋아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7월 이후에는 한치가 조금씩 두꺼워지고 질겨질 수 있다. 이때는 얇게 썬 회로 먹거나, 차가운 육수와 채소를 곁들인 물회로 먹으면 식감이 부담스럽지 않다. 오이, 깻잎, 양파 등을 함께 넣으면 시원한 맛이 살아난다.
한치물회는 여름철 제주에서 많이 찾는 음식이다. 얇게 썬 한치에 매콤새콤한 양념과 차가운 육수를 더하면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우기 좋다. 살얼음이 살짝 낀 육수에 한치의 단맛이 섞이면 오징어 물회와는 다른 산뜻한 맛이 난다.
낚시와 채낚기로 잡는 제주 한치
한치는 수심 30~170m 안팎의 제주 연안에 산다. 제주 어민들은 낚시와 채낚기 방식으로 한치를 잡아왔다.
과거에는 생물 미끼를 써서 한치를 낚았다. 갯가에서 구하기 쉬운 놀래기나 베도라치 같은 작은 물고기를 손질해 미끼로 썼다. 어민들은 낚싯줄에 여러 가닥의 줄을 매단 뒤 물속에서 반복해 흔들며 한치를 끌어들였다. 한치가 미끼를 물면 줄뜰채로 건져 올렸는데, 제주에서는 이 것을 ‘족바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후 어구가 발달하면서 형광 물질로 만든 인공 미끼도 쓰이기 시작했다. 어민들은 원줄에 인공 미끼를 여러 개 달아 한치를 잡았다. 보통 3~5톤 규모의 소형 어선이 한치잡이에 나서고, 선원 한 명에서 네 명 정도가 배에 오른다.
바닷바람에 말리는 제주 한치
제주 한치는 회나 물회로만 먹는 수산물이 아니다. 바닷바람에 말린 한치도 제주에서 오래 사랑받아온 먹거리다. 깨끗하게 손질한 한치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두면 수분이 빠지면서 살이 쫀득해진다.
말린 한치는 살짝 구워 먹으면 맛이 더 살아난다. 너무 오래 구우면 질겨질 수 있어 겉면이 살짝 오그라들 정도로만 익히는 편이 좋다. 구운 뒤 결대로 찢어 먹으면 술안주나 간식으로도 잘 어울린다.
예전 제주 어촌에서는 한치가 많이 잡히면 손질해 말려 두었다. 한꺼번에 먹기 어려운 생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말리는 과정을 거치면 부피가 줄어 보관이 쉽고, 비린내도 덜해진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