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 기자의 영화 talk] 응원할 수 없는 주인공의 시대…‘마티 슈프림’의 불편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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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의 영화 talk] 응원할 수 없는 주인공의 시대…‘마티 슈프림’의 불편한 매력

서울미디어뉴스 2026-07-11 20:04: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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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서울미디어뉴스] 김혜인 기자 = 스포츠 영화의 주인공은 오랫동안 관객이 가장 편하게 응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재능은 부족해도 포기하지 않았고, 수없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다. 경기에서는 승리하고 인생에서는 성장했다. 관객은 주인공의 땀과 눈물을 따라가며 마지막 순간의 환호를 기다렸다.

그러나 최근의 스포츠 영화는 조금 달라졌다. 주인공은 더 이상 선하고 성실한 도전자만이 아니다. 욕망이 지나치게 크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성공을 위해 도덕적인 경계까지 넘나든다. 관객은 그가 이기기를 바라면서도 마음 편히 응원하지 못한다. 영화 ‘마티 슈프림’의 마티 마우저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탁구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마티는 굴욕적인 패배를 경험한 뒤 누구도 자신을 무시할 수 없는 성공을 손에 넣겠다고 결심한다. 그에게 탁구는 좋아하는 스포츠이자 삶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다. 문제는 그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무엇이든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다.

마티의 욕망은 뜨겁지만 순수하지 않다. 그는 단순히 경기를 사랑해서 정상에 오르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무시한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더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고 싶어 한다.

그의 도전은 감동적이면서도 위태롭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집념은 존경스럽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기심과 무모함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노력하는 주인공에서 욕망하는 주인공으로

과거 스포츠 영화는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줬다. 주인공은 패배를 통해 겸손을 배우고, 경쟁자를 통해 우정을 배우며, 마지막에는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했다.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었다. 비록 경기에서 지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주인공은 이미 삶의 승자가 됐다.

반면 ‘마티 슈프림’에서 중요한 것은 성장보다 상승이다. 마티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려 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내면의 성숙이 아니라 세상이 인정하는 성공이다.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 사람들이 성공을 바라보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과거에는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 보상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성공은 더 절박하고 공격적인 목표가 됐다.

이제 주인공은 단순히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때로는 타인을 밀어내면서까지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 스포츠 영화 속 주인공의 변화는 우리 사회가 성공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반영한다.

불편하기 때문에 눈을 뗄 수 없다

마티는 전통적인 스포츠 영화의 영웅과 거리가 멀다. 관객이 본받고 싶어 하는 인물도 아니고, 끝까지 믿고 응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그의 질주에서 쉽게 눈을 떼기 힘들다.

그 안에 누구나 감추고 살아가는 욕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꿈을 이야기할 때 노력과 열정, 도전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꿈의 밑바닥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 남보다 높은 곳에 서고 싶은 욕망도 존재한다.

마티는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성공하고 싶어 하고, 유명해지고 싶어 하며,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의 욕망은 과장돼 있지만 낯설지는 않다.

관객이 마티를 불편해하는 이유는 그가 특별히 이상한 인물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에게서 자신이 애써 외면해온 욕망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가 성공을 위해 선을 넘을 때 우리는 비난하면서도 묻게 된다. 나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연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승리보다 인간을 바라보는 스포츠 영화

‘마티 슈프림’은 탁구 경기의 승패보다 한 인간이 성공을 갈망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스포츠는 마티의 욕망을 드러내는 무대이고, 빠르게 오가는 탁구공은 그의 불안정한 삶을 닮았다.

좁은 탁구대 위에서 공은 쉴 새 없이 방향을 바꾼다. 마티 역시 기회를 좇아 뛰고, 넘어지고, 다시 튀어 오른다. 그러나 빠르게 움직일수록 자신이 무엇을 잃고 있는지는 돌아보지 못한다.

최근의 스포츠 영화는 이처럼 승리의 감동보다 승리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을 바라본다. 주인공은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때로는 비겁하고, 이기적이며,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불완전함은 스포츠 영화를 더욱 현실적으로 만든다. 현실의 성공 역시 노력과 실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운과 환경, 인간관계와 선택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모든 승자가 선한 것도 아니며, 모든 패자가 아름답게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응원 대신 질문을 남기는 주인공

마티는 관객에게 감동적인 승리의 순간만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성공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꿈과 집착의 경계는 어디인지 질문한다.

그가 정상에 오르기를 바라다가도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상처 입는 순간 응원을 멈추게 된다. 하지만 그를 완전히 비난하기도 어렵다. 마티의 욕망이 개인의 탐욕만이 아니라 실패한 사람을 쉽게 무시하는 사회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결국 마티는 영웅이라기보다 시대의 초상에 가깝다.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고, 한 번의 패배로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스포츠 영화의 주인공이 점점 불편해지는 것은 영화가 희망을 잃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을 더 솔직하게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완벽한 영웅보다 결함투성이 인간을 스크린에서 만난다. 그를 쉽게 사랑할 수도, 완전히 미워할 수도 없다. 다만 그의 욕망과 실패를 지켜보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마티 슈프림’의 불편한 매력도 여기에 있다. 이 영화는 마티를 응원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왜 그렇게까지 정상에 오르고 싶어 하는지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관객 자신에게 질문을 돌려준다.우리가 성공한 사람을 응원하는 것은 그가 얼마나 열심히 달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결국 승리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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