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무관급 서장 입건…경찰청, 광주청장실까지 압수수색
진상규명 강조한 검찰·조직명운 건 경찰…'보완수사권' 맞물려 파문 확산
(전남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을 조사 중인 광주지검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칼날이 동시에 경찰 지휘부를 향하고 있다.
검찰이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의 서장과 형사과장을 피의자로 입건하자, 경찰청은 광산서의 상급 지방청인 광주경찰청 청장실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장윤기 사건 수사팀과 현직 경찰관인 그의 아버지 간 유착 의혹을 규명 중인 수사는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검찰 수사는 경찰이 송치한 장윤기(23)의 '일반 살인' 혐의를 '강간 목적 살인'으로 변경해 기소한 광주지방검찰청이 맡았다.
광주지검은 장윤기 사건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증거인멸 및 수사기밀 유출 등 다수 의혹을 확인하고, 경찰관 비위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경찰 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광주 현지에 전담 인력을 투입돼 담당하고 있다.
당초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전담반을 구성했으나 '적절성' 논란이 일자 수사 주체를 본청 국가수사본부로 격상했다.
초유의 검경 동시 수사는 검찰의 보완 수사에서 계기가 마련됐다.
지난 5월 14일 사건 송치 후 수사 보고서를 통해 잔혹한 형태로 훼손된 '리얼돌'의 존재를 확인한 검찰은 같은 달 19일 장윤기 자취방 압수수색으로 실물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리얼돌은 장윤기 체포 불과 사흘 만인 5월 8일 경찰로부터 아들의 자취방을 인계받은 아버지에 의해 분해 폐기된 상태였다.
중간 간부급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가 아들이 청소년 시절 사용한 휴대전화를 불태워 없앤 사실도 드러났다.
장윤기 아버지와 경찰 수사팀 사이에서 수십차례 오간 전화 통화에 압수수색 계획 등 수사 기밀이 담긴 내용을 확인한 검찰은 단순 살인죄로 판단한 경찰 수사 전반을 의심하게 됐다.
리얼돌을 폐기한 아버지를 '친족 간 증거인멸 면책 특례'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이 언론보도 등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장윤기를 기소한 이후 사건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한 검찰은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도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광산경찰서 실무자 다수를 이달 3일 공무상비밀누설, 증거인멸, 증거인멸 방조 등 혐의로 입건해 나흘 후인 7일 압수수색 영장 집행으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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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경찰은 감찰조사를 공식 수사로 전환하고 검찰보다 한발 더 나아가 광주경찰청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경찰은 장윤기를 송치할 때 형법상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하도록 결론 내린 광주경찰청 수사 지휘부를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광산경찰서 일선 팀장부터 형사과장·서장을 거쳐, 상급 기관인 광주경찰청 강력계장·형사과장·수사부장·청장에 이르기까지 경찰 지휘 체계에서 어떤 지시와 대응이 오갔는지 분석하고 있다.
'봐주기 수사' 의혹은 경찰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경찰은 장윤기를 체포한 지난 5월 5일 사건 당일, 여학생(16·고2) 살해 현장과 지척인 그의 자취방에서 목·가슴 부위가 집중적으로 훼손된 리얼돌을 발견했다
이를 본 일선 형사들은 장윤기의 범행이 성범죄와 결합한 엽기 범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기했으나 수사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
경찰은 장윤기의 범행을 수사 초기에는 이상동기 범죄(일명 '묻지마' 범죄) 유형으로 분류했다가, 여성을 향한 '분노 범죄'로 결론 내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도 보였다.
장윤기가 차량 뒷문을 열어 놓은 채 여고생에게 범행을 저질렀을 때 차 안에 있었던 '결박 도구' 케이블타이가 초동 수사 과정에서 사라진 사실은 경찰청 특별수사팀 조사 이후 드러났다.
당시 수사팀이 케이블타이와 관련한 수사 보고서 일체를 검찰 송치 자료에 첨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이블타이를 포함한 차량 감식 등 수사 일선을 맡았던 광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A 경감은 이달 6일 증거인멸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돼 구속됐다.
A 경감은 케이블타이 수사 보고서를 송치 자료에서 고의로 누락한 의혹도 받는다.
검경의 동시 수사가 '보완 수사권 폐지' 정국과 맞물리면서 파문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검찰은 광산경찰서를 추가 압수수색하면서 서장(경무관)까지 증거인멸 방조로 형사 입건했고 경찰관 다수를 피의자로 전환해 조사하고 있어 어디까지 칼날을 들이댈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찰도 조사대상을 장윤기 사건 지휘부인 광주경찰청장까지 넓혔지만 아직까진 광산서 A 경감 1명에 대해서만 구체적인 범죄 혐의점을 적용했다.
하지만 '장윤기 사건'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경찰에 쏟아지고 있어 특별수사팀을 특별수사단으로 확대 편성하는 등 수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단 검경 모두 수사지휘부에 대한 긴급체포 및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 확보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용을 정밀하게 분석한 이후 판단하겠다"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목적은 철저한 진상규명일 뿐"이라며 "수사 주도권을 두고 경찰과 경쟁할 생각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처음으로 '해명자료'를 배포하면서 과실에 대한 책임,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한 반박 등 입장을 재정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의 명운이 달려있다는 점을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며 "잘못은 철저히 추궁하되 통상적 절차를 확대 해석한 점이 있다면 적극 해명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검경의 관련자 수사과정에서 유착 의혹·부실 수사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거나, 섬범죄 목적 등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장윤기가 재판에서 이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을 경우 사건 파장은 예상치 못했던 곳으로 더욱 퍼져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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