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친 콜롬비아 국가대표 선수가 살해 협박을 받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6강 스위스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하민톤 캄파스. 경기 종료 후 절망하고 있다. / 하만톤 캄파스 인스타그램
협박 대상은 선수 개인을 넘어 가족에게까지 이어졌고 결국 선수는 신변 안전을 우려해 대표팀과 함께 귀국하지 못했다. 콜롬비아 축구계는 이번 사건이 1994년 월드컵 뒤 벌어진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며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콜롬비아축구협회는 11일(한국 시각) 공식 성명을 통해 "스위스전 이후 하민톤 캄파스와 그의 가족을 향한 생명 및 신변 협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국가를 대표해 경기에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선수도, 그 가족도 협박과 위협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캄파스와 가족, 대표팀 모두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당국이 책임자를 신속히 찾아 엄중하게 처벌해 달라"고 요청하며 본격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일 열린 스위스와의 월드컵 16강전이었다. 경기 내내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지만 양 팀 모두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콜롬비아는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킥과 루이스 디아스를 앞세워 측면 돌파를 시도했고 스위스는 빠른 역습과 탄탄한 수비 조직력으로 맞섰다. 정규시간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고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도 한 골을 위해 끝까지 맞붙었다.
연장전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콜롬비아가 만들었다. 후반 21분 교체 투입된 2000년생 미드필더 하민톤 캄파스는 연장 후반 5분 상대 수비의 패스 실수를 가로채며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사실상 결승골이 될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지만 왼발 슈팅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고 캄파스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양 팀은 침착하게 킥을 이어갔지만 스위스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4-3으로 승리했다. 캄파스는 세 번째 키커로 나서 골망을 흔들었지만 팀의 탈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치열했던 120분 끝에 한 번의 실수가 더욱 크게 조명되면서 경기 후 모든 시선이 캄파스에게 쏠렸다.
경기 직후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비난이 폭주했다.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넘어 가족을 향한 욕설과 살해 협박까지 이어졌고 결국 캄파스는 댓글 기능을 차단했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캄파스는 신변 안전을 우려해 대표팀 선수단과 함께 귀국하는 항공편에도 탑승하지 못했다. 협박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전해졌다.
캄파스는 직접 SNS를 통해 팬들에게 심경을 전했다. 그는 경기장 잔디 위에 주저앉아 괴로워하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콜롬비아 국민으로서 여러분이 느끼는 슬픔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며 "기대했던 기쁨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축구는 어려운 순간도 함께 견뎌내는 스포츠"라며 "이번 경험에서 배우고 다시 일어나 더 강한 선수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좌절과 슬픔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열정도 증오를 정당화하거나 누군가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치고 살해 협박을 받은 하민톤 캄파스 / 하만톤 캄파스 인스타그램
이번 사건은 콜롬비아 축구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비극 가운데 하나였던 1994년 미국 월드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당시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미국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자책골을 기록했고 콜롬비아는 1-2로 패하며 조기에 탈락했다. 귀국한 에스코바르는 고향 메데인에서 총격을 받고 숨졌다. 이 사건은 축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이번에도 콜롬비아 대표팀 선수를 향한 살해 협박이 등장하면서 당시의 악몽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콜롬비아축구협회는 선수와 가족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관계 당국과 협력해 협박 글 작성자 추적과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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