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통합 리스크 ‘사람’…‘화학적 융합’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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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통합 리스크 ‘사람’…‘화학적 융합’ 과제

한스경제 2026-07-11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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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777-300ER 항공기./대한항공
보잉777-300ER 항공기./대한항공

|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대한항공이 오는 12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조직문화 결합을 핵심 과제로 전면에 내세웠다. 항공기와 노선, 예약·운항 시스템을 합치는 물리적 통합을 넘어 양사 구성원의 인식과 일하는 방식까지 하나로 묶는 ‘화학적 융합’이 통합 항공사의 성패를 좌우할 변수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 ESG보고서 전면에 등장한 ‘화학적 융합’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9일 발간한 ‘ESG보고서 2026’을 통해 올해 말 출범 예정인 통합 대한항공의 준비 현황을 공개했다. 올해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화학적 융합 진행 경과’다. 지난해 보고서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편입 등 인수통합의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는 데 그쳤다면 올해는 구체적인 결합 과정과 시너지 창출 방안을 전면에 배치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보고서 인사말에서 “지난 2024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역사적인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이후 2025년은 양사 통합의 기틀을 다졌던 시간”이라며 “신규 기업가치체계인 ‘Connecting for a better world’를 선포해 양사 구성원들의 생각과 마음이 새로운 통합 대한항공에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는 원년으로 양사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과업들을 면밀하게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시스템 통합 넘어 조직문화 결합 강조

대한항공은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고객 편의 우선과 항공 운송서비스의 차질 없는 제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 1월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이전을 통해 고객 환승 편의를 높였고 향후 양사 여객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예약부터 탑승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수하물 규정, 좌석 선택 등 고객 접점의 서비스 기준도 정비할 계획이다.

다만 기술·서비스 일원화만으로 통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제도와 시스템의 물리적 통합을 넘어 구성원의 인식과 행동 변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화학적 융합을 통합사의 핵심 경영 과제로 설정했다. 서로 다른 조직문화와 정체성을 지닌 구성원들이 공통의 가치와 방향성 아래 하나의 조직으로 결속되는 과정이 안전, 서비스 품질, 운영 효율성에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쟁점은 조종사 시니어리티 문제다. 통합 시 양사 조종사의 연공서열을 어떤 기준으로 정할지를 두고 입사일 기준 통합 등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 노사 간 신뢰 회복이 통합 항공사의 안정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통합 과정에서 운항·객실 승무원들이 우려하는 지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노사 간담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고 실제 많은 부분이 해소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문제는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지난 7일 ‘2026 임단협 조인식’을 열고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일반직·기술직·객실승무직 기본급은 임금 총액 기준 2.5% 인상된다. 또 12월 17일 예정된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격려하기 위해 1인당 200만원의 ‘통합 특별 공로금’을 12월 10일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과의 완전한 법인 통합 이후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 제도를 대한항공 기준으로 일원화해 적용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제도 통합을 얼마나 공정하게 받아들이는지가 화학적 융합의 실효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 타운홀·TF·공동 프로그램으로 접점 확대

대한항공은 화학적 결합을 위해 메시지 일원화, 정기적 정보 제공, 임직원 직접 참여를 3대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경영층 타운홀 미팅을 비롯해 부서장급 이상 리더 87명이 총 101회에 걸쳐 올핸즈 미팅을 진행했다. 전사 차원의 화학적 결합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며 정기 협의체를 13회 가동했다.

구성원 의견 수렴도 병행했다. 대한항공은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양사 임직원의 57.7%에 해당하는 1만5930명을 대상으로 통합 준비도 수준 진단을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업무 도구 표준화와 협업 인프라 구축에도 나섰다. 양사 업무 도구는 구글 워크스페이스로 일원화됐고 업무 용어도 표준화해 사내 시스템에 등재했다.

임직원 교류 프로그램도 확대됐다. 양사는 문화·체육 행사, 워크숍, 봉사활동 등을 공동 진행했으며 총 1만여명이 참여했다. 전체 임직원 3명 중 1명 수준인 36%가 통합 관련 교류 활동을 경험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양사 간 심리적 거리와 조직문화 차이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컴플라이언스 준법경영 강화도 신규 중대 이슈로 선정됐다. 통합 항공사의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요구가 높아지는 만큼 내부 통제와 윤리 기준을 양사 구성원이 동일하게 체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 통합 대한항공 첫 시험대는 ‘사람’

대한항공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화학적 결합을 핵심 이슈로 다룬 것 자체가 통합 리스크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신호로 해석된다. 향후에는 조직문화 차이가 얼마나 줄었는지, 인사·평가·보상 체계에 대한 구성원 수용도가 어느 수준인지 등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모의 경제만으로 통합 항공사의 경쟁력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조직이 같은 기준과 신뢰 아래 움직일 수 있는지가 대한항공 ESG 경영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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