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애매합니다만 사형에 처해주십시오", 단 한 마디로 역사에 새겨진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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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애매합니다만 사형에 처해주십시오", 단 한 마디로 역사에 새겨진 검사

프레시안 2026-07-11 11:27: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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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건의 조작사건으로 열전에 오른 유일한 인물

2026년 여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4권을 펼쳤다. 조진제(趙晋濟, 1949~) 항목 마지막 줄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반헌법행위자열전에 수록된 공안검사 중 단 한 건의 조작간첩사건 때문에 선정된 경우는 조진제가 유일하다."

다른 검사들은 수십 건의 조작사건을 만들어야 이름이 올랐다. 조진제는 단 한 마디로 충분했다.

"모든 것이 애매합니다만 사형에 처해주십시오."

자신도 유죄를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사형을 구형한 것이다. 피해자 김평강은 이 말을 판결로 오해해 교도소로 끌려가며 절망했다.

1949년 경남 밀양 출생, 부산고에서 13회 사법시험까지

조진제는 1949년 10월 7일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나 1966년 부산고등학교, 1970년 부산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1년 제1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 이 기수 최고득점자는 서울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이영애로, 사시 사상최초의 여성 수석합격이었다. 사시 동기로는 노무현 정부 검찰총장 송광수, 부림사건 담당 판사였던 서석구 등이 있다.

세계사 속의 동류, '확신 없는 처형자'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구조가 떠오른다. 매카시즘(1950년대) 시기 미국의 일부 검사들은 증거가 빈약함을 알면서도 시대의 압력에 따라 기소를 강행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법정에서 "증거가 애매하지만 처벌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조진제의 정직함이 역설적으로 그를 가장 끔찍한 사례로 만든다. 그는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1981년 김평강·허간회 사건, 33년의 누명

조진제의 반헌법 행위의 정점은 1981년 제주지검 검사 시절 김평강·허간회 간첩조작사건이다. 생계를 위해 일본에 10년간 머물다 귀국한 두 사람은 조총련계 교포 집에 잠시 머물렀다는 이유로 제주경찰에 끌려가 33~52일간 불법 구금되며 구타, 잠 안 재우기, 물고문을 당했다. 김평강은 경찰 곤봉을 다리에 끼우고 양쪽에서 밟는 고문, 수갑을 차고 나무침대에 묶인 채 수건을 씌우고 물을 붓는 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조사에서 김평강이 "모든 것이 고문에 의한 조작"이라고 호소했지만, 조진제는 짜증을 내며 "경찰서로 다시 가서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리겠느냐"고 위협했다. 복도에는 고문했던 형사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공포 속에서 김평강은 지장을 찍었다. 1981년 11월 결심공판에서 조진제는 "모든 것이 애매합니다만 사형에 처해주십시오"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법정최고형이 구형됐지만 1심에서는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2014년 11월 13일, 광주고법은 재심에서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33년 만이었다. 조진제는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를 고문했던 수사관조차 "당시의 관행"이라며 변명했지만, 조진제는 어떤 변명도 남기지 않았다.

'대도' 조세형, 고위층 비호를 위한 무기징역 구형

1983년 서울지검으로 옮긴 조진제는 '장안의 대도'로 불리던 절도범 조세형 사건도 맡았다. 부총리급 인사들의 집만 골라 턴 조세형에게 무기징역과 보호감호 10년을 구형했다. 그런데 조세형은 재심에서 "피해액이 수백억 원대인데 10억으로 축소됐고 귀중품도 사라졌다"고 폭로했다. 고위층의 부끄러운 피해를 줄여주고, 대신 절도범을 영구히 가두려 한 것이다. 조세형은 구형 당일 탈옥을 감행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1987년, 이석규 열사 진상규명 변호사를 구속하다

마산지검 충무지청장이 된 조진제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중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진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의 진상규명 활동을 벌이던 이상수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를 "독재의 달"이라 비판하며 불법적 공권력 행사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법무부는 변호사 업무정지까지 내렸지만, 이상수가 13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처분은 곧 풀렸다.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영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법부패로 평가되는 것은 확신 없이 형벌을 가하는 행위다. 조진제는 스스로 "애매하다"고 말하면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이것은 단순한 직무태만이 아니라 정의의 근본원칙, 즉 합리적 의심을 넘어선 확신 없이는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짓밟은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의 비상계엄 선포를 영국에서 생중계로 보며 나는 조진제의 그 한마디를 떠올렸다.

"모든 것이 애매합니다만."

확신 없는 권력이 휘두르는 칼이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를, 이 한 문장이 압축해서 보여준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조진제 ⓒ반헌법행위자열전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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