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불의의 사고는 한 가족의 시간을 완전히 멈춰 세웠다. 그리고 그 멈춘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두 아들이었다.
11일 방송되는 EBS1 ‘나눔 0700’은 ‘아빠의 두 다리가 된 형제’ 편을 통해, 걷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삶을 떠받치고 있는 형제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36년 전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었던 화섭 씨는 4년 만에 기적처럼 깨어났지만, 삶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른쪽 골반뼈 제거와 반복된 수술로 두 다리의 길이는 크게 차이가 나게 됐고, 결국 스스로 걷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오랜 시간 전동 스쿠터에 의지해온 그는 지금도 극심한 통증 속에서 하루를 버티고 있다. 작은 접촉에도 고통이 밀려오는 상황, 경제활동 역시 쉽지 않다.
그 공백을 채운 건 어린 두 아들이었다. 고등학생 태민과 중학생 태현은 또래와는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 학교를 마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집안일을 나누고, 아버지의 간병을 도맡는다. 설거지와 청소는 물론, 소변통을 비우고 목욕을 돕는 일까지 이들의 몫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들에게는 하루를 지탱하는 중요한 책임이다.
형제는 서로를 의지하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운다. 한쪽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방식은 어른 못지않게 단단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직 풀지 못한 고민이 쌓여 있다. 첫째 태민은 미래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한다. 대학 진학보다 취업을 서두르고 싶은 이유 역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서다. 둘째 태현의 바람은 더 단순하다. 아버지가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는 것, 그 하나뿐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공간 역시 녹록지 않다. 벽에는 곰팡이가 번지고, 위생 상태도 열악하다. 치료를 미루며 버텨온 시간은 점점 더 큰 위험으로 돌아오고 있다. 전문의는 장기간 사용하지 못한 다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절단 가능성까지 언급한다. 더 이상 시간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아버지의 마음이다. 아이들이 자신 때문에 꿈을 내려놓을까 봐, 그저 미안함만 쌓여간다. 하지만 형제는 이미 선택을 마친 듯하다. 포기 대신, 함께 버티는 길을.
‘나눔 0700’은 이 가족의 현재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어지는 삶이 아닌,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치료의 기회와 보다 나은 환경이 주어진다면, 형제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되는 작은 나눔이 세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순간. ‘아빠의 두 다리가 된 형제’ 편은 11일 오전 11시 25분, EBS1에서 방송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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