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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훈 아자스쿨 이사] 외국계 회사로 옮기고 첫 해외 출장을 앞두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다가 현지 식사 비용에 대한 규정을 읽게 되었다.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직원이 자기 돈으로 밥을 다 사 먹는데 왜 출장을 가면 하루 세끼 모두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외국계 회사 생활을 오래 한 동료에게 물었더니 “출장 가는 게 얼마나 힘들면 그러겠어요”라는 답이 왔다. 그 말뜻을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홍콩 출장이었는데 첫 회의가 도착하는 날 오후 2시부터 잡혔다. 2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8시대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야 하고 최소한 그 두 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이렇게 잠도 설친 채 비행기에 타지만 편히 가기가 어렵다. 2박 3일 내내 연속으로 잡혀 있는 회의들의 내용을 파악하고 내가 할 말도 영어로 준비해야 한다. 기내 영화 한 편 보기도 어렵고 무료로 제공되는 맥주 한 잔할 여유도 없다.
짐을 수하물로 부쳤다가 혹시 분실되거나 늦어질까 봐 항상 기내에 들고 들어갈 수 있도록 짐을 쌌다. 짐을 줄이기 위해 정장은 입고 비행기에 탔고 일상복은 입을 기회도 별로 없으니 한 벌만 챙겼다. 운동화나 모자 같은 물건은 넣을 공간이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철도를 타고 30분 남짓 가서 홍콩 사무실에 도착해서 방문자용 책상(visitor desk)을 안내받았다. 외국계 기업은 항상 출장 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현지에서 컴퓨터에 로그인하니 한국에서와 똑같은 환경이 마련됐다. 이메일과 캘린더는 물론이고 공유 드라이버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개인 업무 파일들도 접근할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한 만큼 노동강도도 높다. 낮에는 현지에서 회의하고 저녁에는 한국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밤늦게 호텔에 들어가 낯선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에는 조찬부터 일정이 잡혔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낮에 시간 내기는 어렵고 출장 온 사람을 잠깐이라도 봐야 하니 아침밥 먹으며 캐치업(catch up)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런 자리에서 음식을 가지러 왔다 갔다 할 수 없으니 진수성찬이 차려진 조식뷔페를 두고 옆에 있는 조그만 식당에서 나는 죽 한 그릇을 주문했는데 긴장 탓에 몇 술 뜨지도 못했다.
돌아올 때도 빡빡하긴 마찬가지였다. 비행기 출발 시간 두 시간 전까지 회의가 잡혔다. 내가 비행기 놓칠까 걱정하자 홍콩 직원이 “아침에 사무실 오기 전에 미리 도심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고 회의 끝나고 사무실에서 공항철도역까지 5분밖에 안걸리니 충분하다”고 안심시켰다. 공항에서는 면세점을 둘러볼 여유는커녕 기념품이나 과자 한 봉지도 사기도 빠듯했다.
싱가포르처럼 비행시간이 긴 경우에는 당일 오후 회의가 불가능하지만 저녁 식사 일정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과 영국 출장에서는 시차가 큰 문제였다.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고 도착한 이튿날 아침부터 낯선 영어가 시작되니 고역이다. 가끔씩은 레드 아이(red eye)라 불리는 밤샘 비행기를 타고 시차가 큰 곳에 도착하자마자 일정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비행기에서 코감기약을 먹고 억지로 잠을 청해 보기도 했다.
물론 연차와 지위가 높아질수록 조금씩 더 여유는 생겼다. 도착 당일 일정을 피하는 요령도 좀 생기고 장거리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탈 때도 있었다. 그래도 항상 피곤했다.
외국계 기업 출장에서 한 줄기 단비 같은 것은 그 뒤에 휴가를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마다 정책이 다르긴 하겠지만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덕분에 출장지나 그 근처를 며칠이라도 둘러볼 수 있다. 물론 휴가 때문에 출장 일정에 지장이 생겨서는 안된다. 출장 기간 대비 휴가 일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비용도 당연히 분리되어야 한다. 그래서 출장 기간에는 회사에서 마련해주는 고급 호텔에 있다가, 휴가부터는 저렴한 호텔로 옮기기도 한다. 공항 주차비나 로밍 요금도 출장 기간과 휴가 기간을 분리해 회사 비용처리를 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출장에 배우자 등의 동반을 허용하는 외국계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출장 온 사람끼리 서로 배우자를 데리고 왔는지 안부를 묻거나 출장 후 휴가 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도 한다. 물론 동반자의 비용 역시 아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 출장 문화와는 좀 다른 면이다.
해외 출장은 막연히 멋있게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힘들었지만 해외 현지에서 외국인들과 어울리고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 참 많았다. 우리나라 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기훈 이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피델리티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SC제일은행 등 금융권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국내 최대 체험학습 플랫폼 아자스쿨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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