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 사업부가 인공지능(AI) 가속기로 실적 반등을 노린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성장 분야로 떠오른 AI PC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PC용 AI 가속기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하여 ‘가이아(GAIA)’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기술 경쟁력을 증명하고 수익성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개발 중인 ‘가이아’의 양산 목표 시점은 내년이다. 현재 중국 레노버와 미국 HP 등 주요 PC 제조사에 시제품을 공급해 성능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가속기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범용 연산을 담당하는 반도체와 달리 생성형 AI와 추론 연산에 특화된 칩이다.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중심으로 대규모 AI 연산을 처리하도록 설계돼 AI PC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향후 AI 에이전트 기능이 PC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AI 가속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AI PC 시장이 주목받는 것도 온디바이스 AI 확산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생성형 AI 반도체 시장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빠른 응답 속도, 전력 효율 등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스마트폰에 이어 PC 시장에서도 자체 AI 연산 기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도 AI PC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마켓츠앤드마켓츠는 2025년 약 910억달러 규모였던 AI PC 시장이 2031년 2604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루츠 애널리시스 역시 AI PC 시장이 2035년 약 99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연구원은 “AI PC를 별도의 시장으로 구분하기보다 앞으로 대부분의 PC에 AI 기능이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화할 것”이라며 “AI 기능이 PC의 기본 사양으로 자리 잡는 흐름 속에서 관련 반도체 시장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이아’ 개발이 주목받는 이유는 침체된 시스템LSI사업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LSI사업부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개발하는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의 핵심 조직이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과 함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조 단위 분기 적자를 기록해 왔다. 올해도 연간 흑자 전환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반면 메모리사업부는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을 이어가면서 같은 반도체 사업 내에서도 사업부별 온도 차가 커졌다. 이에 따라 시스템LSI사업부는 모바일 AP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AI 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AI PC용 AI 가속기가 시스템LSI사업부의 기술 경쟁력을 다시 보여줄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기존 AP와 이미지센서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설계 역량을 AI 반도체 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LSI사업부가 그동안 모바일 AP 등 일부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AI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AI 가속기는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시스템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관건은 시장 안착 여부다. ‘가이아’가 시스템LSI사업부의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 계기가 될 순 있지만 확언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제품 개발 이후 실제 양산과 공급이 이뤄져야 매출과 수익성에 반영될 수 있다”며 “개발 자체만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AI PC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성능과 고객사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AP와 NPU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AI 반도체 설계 역량과 메모리 기술을 결합해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역량을 모두 보유한 점은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반의 사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완제품 사업까지 갖추고 있어 개발한 반도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고 검증하면서 기술 고도화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차세대 기술과의 결합 가능성도 삼성전자의 경쟁력으로 거론된다. PIM은 메모리 내부에서 직접 연산을 수행해 데이터 이동을 줄이고 AI 연산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AI 연산량이 증가하는 환경에서 메모리와 연산 기능을 결합하는 기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갤럭시북 등 최종 제품을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적용하고 성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장점이 있다”며 “다만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은 물론 고객사 확보, 시장 안착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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