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CJ대한통운 사용자성 부정…노동·법조계 “실질적 지배력 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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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CJ대한통운 사용자성 부정…노동·법조계 “실질적 지배력 간과”

투데이신문 2026-07-10 18:14: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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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서초 대법원 앞에서 택배노조 관계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택배노동조합]
지난 9일 서울 서초 대법원 앞에서 택배노조 관계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택배노동조합]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CJ대한통운이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할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 CJ대한통운과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회사의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CJ대한통운이 일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며 사용자성을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와 1·2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2020년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로 분쟁이 시작된 지 약 6년 만에 나온 대법원 판단이다.

사건은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이 2020년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택배기사들은 CJ대한통운과 직접 계약하지 않고 지역별 집배점·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배송 업무를 수행한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교섭 요구를 거부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의 교섭 거부가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노조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년 6월 초심을 뒤집고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과 직접 계약한 당사자는 아니지만 배송 업무와 관련한 일부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판단이었다.

CJ대한통운은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도 패소했다. 하급심 법원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를 반드시 근로계약 당사자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 그 범위에서는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계약 관계보다 해당 교섭 의제를 실제로 해결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중심으로 사용자성을 판단한 셈이다. 

반면 대법원은 지난 9일 하급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20년 당시 적용되던 개정 전 노동조합법 아래에서는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를 원칙적으로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 지부 무기한 총파업을 하루 앞둔 2021년 12월 오전 서울의 한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법원은 개정 전 노동조합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면서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CJ대한통운과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사이에는 이 같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구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2021년 중노위가 인정했던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이 사법 절차에서 사실상 뒤집히게 됐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제시한 법률 판단에 구속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중노위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판단은 사용자 범위를 법원의 해석으로 확대할 경우 기업이 교섭 의무의 범위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고 원청과 대리점 사이의 교섭 책임도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청의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는 사법적 해석보다 입법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도 반영됐다. 

노동계에서는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만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다단계 하청이나 특수고용 구조에서 단체교섭권이 형식적인 권리에 머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택배기사가 대리점과 계약했더라도 물량 배정과 배송 시스템, 터미널 운영, 작업 기준 등 중요한 근로조건을 대리점이 독자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면 대리점과의 교섭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조가 교섭권을 갖더라도 실제 근로조건을 바꿀 권한이 없는 상대방과 교섭해야 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되기 어렵고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반영하려는 개정 노조법의 취지와도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법적 안정성을 강조한 판단이지만 원청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산업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봤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본보에 “개정 전 노동조합법에도 사용자를 반드시 근로계약 당사자로 한정한다는 명문의 규정이 없었던 만큼 기존 법률의 사용자 개념을 헌법상 노동3권의 취지에 맞춰 실질적으로 해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중노위와 1·2심 법원도 이 같은 관점에서 CJ대한통운이 교섭 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짚었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 김성희 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개정 노조법 시행 이전에 제기된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리점과 원청의 실질적인 역할을 함께 고려하기보다 근로계약 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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