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 맞더니 결국⋯‘성과급 지역화폐 지급’ 법안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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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매 맞더니 결국⋯‘성과급 지역화폐 지급’ 법안 철회

일요시사 2026-07-10 16:08: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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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기업 근로자의 성과급이나 보너스 일부를 현금 대신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했던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법안을 철회했다. 지난 8일 법안을 발의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도와 다르게 오해를 산 부분이 있어서 (법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금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단체협약에 규정이 있거나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을 경우, 임금 일부를 지역화폐 등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박 의원은 특히 대기업의 결실을 골목상권으로 유입시키고, 외국인 근로자의 급여 해외 송금으로 인한 지역 소비 제한 문제를 개선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명분을 내세웠으나 노동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 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법안 발의 직후부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전날 성명을 통해 “법안은 대기업 성과급의 지역 소비 선순환, 외국인 노동자 해외 송금에 따른 지역경제 효과 제한이 발의 배경으로 제시됐지만, 임금 통화 지급 원칙을 훼손하고 실질임금을 잠식한다는 점에서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근로계약서 등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 임금 일부를 공제하거나 지역사랑상품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임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라며 “‘동의’는 고용 관계의 힘의 불균형 속에서 실질적 자유의사이기 어려우며, 인사성 불이익을 우려해 거부하지 못하는 근로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역시 “임금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받는 재산이며, 자유롭게 사용하고 처분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근로기준법이 임금을 통화로 직접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도 노동자의 생계와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안은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현실의 노동 현장에서는 채용 과정이나 인사 평가, 조직문화 등을 이유로 사실상의 동의 강요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는 정부의 재정 정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노동자의 임금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 해결한 문제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실제 법안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대기업 노조의 반응은 더욱 냉담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임금 지급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고 규정했다.

특히 이들은 “이 실험적인 시도가 그렇게 좋다고 확신한다면 근로자의 임금이 아니라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의 세비(매월 지급받는 수당 및 활동비)에 적용하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권에서도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성과급을 어떻게 소비할지는 근로자 개인의 자유”라며 “민주당이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를 정말 믿고 있다면 민주당 국회의원과 당직자부터 급여의 상당 부분을 상품권으로 지급받고 생활하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김재섭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옛날에 어느 축구 선수가 게임머니로 연봉을 받았다는 농담이 있었는데, 민주당이 민간기업의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진짜로 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의 취지가 그렇게 좋다면, 민주당 의원들과 대통령실부터 지역상품권으로 월급을 받겠다고 선언하면 어떻겠나. 이참에 민주당 당비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역풍은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붙으며 더욱 거세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대출 이자나 자녀 학원비는 지역화폐로 낼 수도 없는데 서민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 “공공의 목적을 왜 국가 재정이 아닌 근로자의 개인 임금으로 충당하려 하느냐” 등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추진된 법안은, 노동의 대가인 임금의 본질적 가치와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거센 역풍을 넘지 못하고 이틀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이 시장 경제 원리와 노동의 가치를 침해하는 선심성 입법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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