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 육성 공식 회의서, 자사 골프장 건설 계획 발표
풍산 내부도 몰라 류 회장 독단 발표...이사회 패싱 제기
류진 풍산그룹 회장 /뉴시스
[포인트경제] 정부와 경제계가 모여 미래 신산업 규제 혁신과 주력 산업 육성 방안을 조율하는 공식 회의석상에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이 자사 차원의 골프장 건설 계획을 느닷없이 공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조차 거치지 않은 채 류 회장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발표하면서 기업 내부와 관가 안팎에서 거센 뒷말이 나오고 있다.
류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전담반 및 한경협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했다. 류 회장은 이 자리에서 풍산이 제조 기업이지만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관심이 많다며 경북 안동시에 세계적 수준의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 대표하는 자리에서 자사 홍보…회의 본질 흐렸다는 비판 비등
방산과 구리가공(신동)을 주력으로 삼으며 국내 탄약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풍산이 본업과 전혀 무관한 골프장 사업 진출을 선언하자 현장 참석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안동은 류 회장의 고향이자 풍산 류씨의 본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을 공표한 방식을 두고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당일 회의는 류 회장이 개별 기업인 풍산이 아닌 국내 주요 대기업들을 대변하는 한경협 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정부에 서비스 산업 전반의 고도화를 건의하는 공적인 자리였다. 그럼에도 사적인 인연이 얽힌 자사 사업 계획을 예정에도 없이 던지면서 정작 집중해야 할 정책 과제 논의의 흐름을 분산시켰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환경 파괴 논란 등으로 지역사회와의 철저한 사전 협의가 필수적인 골프장 건설 사업을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정부 회의에서 섣부르게 공개한 것 역시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로봇·AI 등 20대 정책 건의 무색…단순 골프장 건설은 취지와도 거리가 멀어
실제로 이날 정부와 한경협이 중점적으로 다룬 의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비롯해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한 저작물 이용 기준 마련, 토큰증권(STO) 확산을 위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등 신산업 확장을 위한 20가지 핵심 정책 과제들이었다. 특수시각효과(VFX) 등 K콘텐츠 제작 비용 세액 공제 확대, 비대면 배송 관련 택배 표준약관 개선 등도 포함됐다. 관광 분야에서도 대규모 점포 규제 합리화 등의 규제 개선안이 다뤄졌을 뿐, 류 회장이 언급한 단순 골프장 조성은 이날 주로 다뤄진 혁신 과제들과 성격 자체가 판이했다.
이 같은 돌출 발언은 한경협 내부나 사전에 배포된 인사말 자료에도 전혀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외이사도 몰랐던 ‘이사회 패싱’…방산 주력 풍산 주주들도 시너지 의문
더욱 심각한 점은 풍산 내부에서조차 이 사업 계획이 전혀 공유되지 않은 채 류 회장의 독단으로 발표됐다는 사실이다. 풍산 이사회에는 류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3명 외에 경영진을 감독할 의무가 있는 독립 사외이사 4명이 포진해 있으나, 이들은 골프장 건설 계획을 사전에 전혀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풍산 관계자 역시 이사회 안건으로 검토된 적이 없고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다고 확인하며 주주나 투자자들이 골프장 건설 계획을 상당히 이질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방산이나 신동 사업과 골프장 간의 사업적 시너지는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해명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골프장 계획을 두고 류 회장의 사적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회의를 주재한 구윤철 부총리는 경북 성주 출신으로 안동에서 경북문화재단 대표를 지낸 바 있어 류 회장의 고향인 안동과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시장 관계자는 방산 분야를 영위하는 기업 경영자로서 류 회장의 이번 골프장 건설 계획 발표는 일반적인 기업 경영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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