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가죽 안락의자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휴전이 끝났다고 선언하며, 불과 3주 전 자신이 열어놓았던 협상의 창을 스스로 닫는 듯했다.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막간을 이용해 "이제 끝난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그들과 상대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쓰레기들"이라고 발언했다.
사실 양측 모두 완전히 휴전을 지킨 적은 없었지만, 지난달 17일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볼 수 없었던 규모의 공습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우위를 내줄 뜻을 보이지 않으면서, 양국의 갈등은 전면적인 재충돌을 향해 빠르게 치닫는 모습이다.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 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전략적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전쟁을 촉발했던 요인들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반면 정권 교체부터 핵 합의,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무력화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표방했던 목표들은 달성되지 못했다. 그 결과 많은 문제들이 향후 협상으로 미뤄지게 됐다.
이번 갈등은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기는커녕, 이란을 역내 지배적인 세력으로 부상시켰으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고 선박을 공격하며 세계 경제에 지배력을 드러낼 수 있게 해줬다.
페이프 교수는 "이 전쟁의 결과, 이란은 더욱 강해졌고 역내 힘의 균형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86세로 연로했던 최고지도자를 대신해서 더 대담한 성향의 56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정권을 이끄는 가운데, 이란 지도부는 "전쟁도 평화도 아닌" 기존의 현상 유지 태도를 버리고 미군 기지와 걸프 이웃 국가들을 직접 폭격하고 있다.
이란이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퍼부으며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걸프 지역 석유 군주국들의 신뢰에 금이 간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의 화해를 위한 정상회담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대변화는 협상 테이블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여전히 강압과 저항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양국이 체결한 14개 조항의 양해각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세계 에너지 시장에 가해지는 압박을 완화하는 동시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역내 대리 세력에 대한 지원 등 더 까다로운 주제들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핵 문제를 논의하기도 전에, 미국과 이란이 전후 질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양해각서에 대한 해석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은 크게 3가지 구체적인 영역에서 두드러진다. 호르무즈 해협, 레바논, 그리고 이란의 종전을 유도하고자 제안된 재건 기금이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이 가장 대표적인 영역이다.
페이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협 지배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양해각서 체결 후 미 당국은 "이 협정의 여러 조항을 약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오만과 협력해 이란의 협조에 덜 의존할 수 있는 대체 항로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은 자신들이 관리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베를린 소재 '독일 국제안보연구소'의 하미드레자 아지지 방문 연구원은 "이란의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60일 동안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는 정도만 양보한 것일 뿐,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 통행 규정을 지배한다는 역할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인근 지역의 군사력 증강이나 대체 항로 마련을 단순히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의 입장에서 이는 통행료 수입 이상의 문제다. 이 해협은 자신들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아지지 연구원은 "쟁점은, 이란이 해협을 주도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이란의 동의 없이 대체 항로가 개설된다면, 테헤란은 이를 전략적 영향력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바논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양해각서는 헤즈볼라를 비롯한 이란의 역내 대리 세력들과의 관계를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모든 당사자가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레바논의 주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이 간략한 조건들에 이스라엘의 철군은 명시되지 않았다.
광범위한 지정학적 갈등 해결에 있어 레바논이 지니는 핵심적 위상을 인정한 것이기에, 많은 분석가는 양해각서에 레바논이 언급된 점을 이란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평가한다.
아지지 연구원은 "그러나 미국은 레바논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확인한 것일 뿐, 레바논의 향후 정치 과정에서 이란에 특별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며, 이를 비교적 제한적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미국은 별도의 외교 활동을 통해 이러한 흐름을 희석하려 했다. 이란의 관점에서 미국이 중재하는 레바논-이스라엘 회담을 서두르는 모습은 자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
한편 이란이 어떤 형태의 재정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여기에는 어떤 조건이 따를지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대가로 한 제재 완화 및 자금 동결 해제의 범위와 시기에 대해서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아마도 가장 큰 논란은 3000억달러(약 456조원) 규모의 민간 재건 기금을 조성한다는 발표였을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조차도 경계할 정도였다.
다만 지난 6월 걸프 지역을 방문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에 대한 공동 투자는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프로그램 변경, 이란의 역내 행동 변화 등의 조건이 충족된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들은 양해각서에 명시돼 있지 않다.
이러한 접근법은 경제적 유인을 통해 이란의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를 자국의 승리로 내세웠던 이란은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조건들에 대해 점차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위협에 대해 "이는 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무력·제재·위협에 기반해 추진해 온 자신들의 정책이 이란 국민을 굴복시키지 못했다는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일갈했다.
양측 모두 자신들의 입장을 방어하고 있다고 믿지만, 상대방의 눈에는 그 똑같은 행동이 위기의 새 국면을 여는 행위로 보일 수 있다.
페이프 교수는 이를 '단계적 확대의 함정'이라고 불렀다. 즉, 한쪽이 제한적인 행동이 상대방의 대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양측 모두 전면전을 원하지 않더라도, 점차 전쟁의 소용돌이로 끌려 들어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레바논에 이어 투자 펀드까지. 이 모든 요소는 미국과 이란이 서로 양보하며 서로 이익을 얻는 데 집중하거나 이 힘든 분쟁에서 벗어날 출구를 찾는 데 집중하는 대신, 여전히 전후 판도를 주도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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