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한강 작가 ‘책방오늘’ 폐업이 남긴 문화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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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커스] 한강 작가 ‘책방오늘’ 폐업이 남긴 문화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림자

뉴스컬처 2026-07-10 11:43: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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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이름을 걸었던 독립서점 ‘책방오늘’이 문을 닫았다. 2018년 문을 연 뒤 8년 동안 독자와 만났던 공간은 지난 7일 마지막 영업을 끝으로 운영을 멈췄다. 작은 서점의 폐업이지만 문화계에서는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공간 하나가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이어지고 있다.

‘책방오늘’은 규모가 크지 않았다. 열 평 남짓한 공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오간 이야기는 넓었다. 한강 작가가 고른 책들이 진열됐고, 계절마다 새로운 ‘작가의 서가’가 소개됐다. 낭독회와 워크숍도 이어지며 독자와 창작자가 가까이 만나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한강 작가 '책방오늘'. 사진=연합뉴스
한강 작가 '책방오늘'. 사진=연합뉴스

2018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문을 연 책방오늘은 2023년 종로구 통의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래된 골목 풍경과 어우러진 서점은 조용하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문화 공간이었다. 책을 판매하는 기능을 넘어 문학을 경험하는 장소로 기억됐다.

한강 작가의 독립서점에 대한 애정은 개점 초기부터 알려졌다. 직접 책을 고르고 공간을 꾸미는 과정에 참여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작가와 독자가 같은 공간에서 책을 통해 만나는 경험은 책방오늘만의 특징이었다.

변화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찾아왔다.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서점이라는 관심이 집중되면서 통의동 골목에는 방문객이 몰렸다. 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면서 한때 영업 중단이라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후 책방오늘은 한강 작가가 더 이상 서점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알렸다. 한강은 2021년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사내이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책방오늘은 한강이라는 이름이 가진 문화적 의미와 함께 독자들에게 특별한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문화가 만든 골목의 가치, 다시 문화를 밀어내다

성수동 찰나의서점 팝업스토어에 전시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는 방문객 ⓒ 마플코퍼레이션 
성수동 찰나의서점 팝업스토어에 전시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는 방문객 ⓒ 마플코퍼레이션 

하지만 서점이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통의동 일대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더욱 주목받는 지역이 됐다. 방문객이 증가하고 상권 가치가 높아지면서 주변 부동산 가격도 영향을 받았다. 문화적 관심이 지역의 경제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기존 공간들이 머물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폐업의 배경으로 거론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역이 유명해지고 상업 가치가 상승하면서 기존 주민과 소상공인, 문화 공간이 밀려나는 현상을 뜻한다. 처음에는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자리 잡은 공간이 지역의 매력을 높이지만, 이후 임대료 상승과 건물 소유 변화가 이어지면서 정작 지역을 만든 사람들이 떠나는 일이 반복된다.

서울에서는 홍대 앞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인디 음악과 소규모 공연장, 작업실, 독립 문화 공간이 모이며 개성 있는 문화 지역으로 성장했지만, 상권이 커지면서 임대료 부담이 커졌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일부 문화 공간과 창작자들이 떠나고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홍대 특유의 문화 분위기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리단길 역시 비슷한 흐름을 겪었다. 개성 있는 음식점과 작은 가게들이 모이며 주목받았지만, 유명 상권으로 성장한 뒤 임대료 상승과 건물 가치 상승으로 기존 상인들이 운영 부담을 안게 됐다. 문화와 개성이 지역을 성장시킨 뒤, 그 변화가 다시 기존 공간을 압박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성수동과 삼청동도 문화 공간과 관광객 증가 이후 상업화 변화를 경험한 지역으로 연구돼 왔다. 갤러리, 공방, 작은 가게들이 골목의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방문객 증가와 상권 변화가 이어지며 임대 환경이 달라졌다. 문화 공간이 지역의 매력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제기됐다.

'책방오늘' 역시 이러한 흐름 안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한강이라는 세계적인 작가의 이름과 문학적 가치가 서촌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그 과정에서 공간의 경제적 가치도 함께 상승했다. 그러나 문화적 가치가 커진 만큼 해당 공간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는 부족했다.

지난 5월 입주한 건물이 매각되면서 세입자들이 퇴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점 측은 더 오래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한강 작가는 건물 소유주 변경으로 세입자들이 모두 나가게 됐다고 밝히며 아쉬움을 전했다. 연말까지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결국 예정했던 시간보다 이르게 문을 닫게 됐다.

■사라지는 문화 공간, 필요한 보호 장치

한강 작가. 사진=연합뉴스
한강 작가. 사진=연합뉴스

문화계에서는 '책방오늘'의 폐업을 문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 사례로 바라보고 있다. 한 지역의 문화적 가치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정작 그 가치를 만든 공간이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인 작가와 연결된 공간이 건물주의 결정과 부동산 환경 변화로 사라졌다는 점은 국내 문화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화 공간이 지역의 명소가 된 뒤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문학 공간과 예술 공간을 지역 문화 자산으로 바라보고 지원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임대료 상승, 계약 불안, 건물 매각 같은 외부 변화 속에서 문화 공간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책방오늘'의 불은 꺼졌지만, 그 공간이 남긴 의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작가와 독자가 만나고, 책을 통해 대화를 나누던 시간은 한국 문학의 중요한 기록으로 남게 됐다.

다만 '책방오늘'의 폐업은 문화 공간이 도시 변화 속에서 얼마나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줬다. 문학과 예술이 지역을 빛내고, 그 가치가 다시 공간을 밀어내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새로운 보호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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