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왕실의 건강 비법을 담은 기록을 살펴보면, 무더운 여름철 임금의 입맛을 돋우고 몸속 열기를 식히기 위해 올리던 뜻밖의 식재료가 있다. 바로 넓적한 잎사귀에 거친 털이 돋아난 '호박잎'이다.
흔히 시골 밥상에나 오르는 소박한 채소로 여기기 쉽지만, 옛 선조들은 이를 귀한 약재이자 별미로 대접했다. 6월에서 8월 사이에 가장 맛이 좋은 호박잎은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과 은은한 단맛을 지녀, 요즘처럼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없을 때 식탁에 올리기 좋은 제철 먹거리다.
노화 늦추고 장운동 돕는 호박잎 영양소
호박잎에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몸 안에서 비타민 A로 바뀌는 성분으로, 눈과 피부 관리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C는 몸을 지키는 힘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
호박잎에는 식이섬유도 많다. 식이섬유는 장 속에서 물을 머금어 대변을 부드럽게 만들고, 장이 움직이는 일을 돕는다. 이 때문에 변비가 잦은 사람이나 기름진 음식 섭취가 늘어난 여름철에 곁들이기 좋다.
수분이 많고 열량이 낮은 점도 장점이다. 많이 먹어도 부담이 크지 않아 체중을 조절하는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질긴 껍질 벗긴 뒤 살짝 찌는 손질법
호박잎은 손질 방법에 따라 식감이 달라진다. 줄기 끝을 살짝 꺾은 뒤 아래로 잡아당기면 질긴 겉껍질이 실처럼 벗겨진다. 이 과정을 거쳐야 찐 뒤에도 부드럽게 씹힌다.
껍질을 벗긴 호박잎은 흐르는 물에 가볍게 흔들어 씻는다. 잎이 얇기 때문에 세게 문지르면 쉽게 찢어질 수 있다. 흙이나 먼지가 남기 쉬운 줄기와 잎 뒷면을 중심으로 헹구면 된다.
조리할 때는 물에 넣고 오래 삶기보다 찜기나 밥솥에 넣고 살짝 찌는 편이 낫다. 오래 익히면 잎이 물러지고 향도 약해진다. 숨이 죽고 색이 선명해질 정도로만 익히면 부드러운 식감을 살릴 수 있다.
들기름·된장 곁들이면 더 좋은 이유
호박잎은 기름이 들어간 양념장과 잘 맞는다. 베타카로틴은 기름과 함께 먹을 때 몸에 더 잘 흡수된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조금 넣은 된장 양념장을 곁들이면 맛과 영양을 함께 챙길 수 있다.
된장과의 궁합도 좋다. 호박잎에는 단백질이 많지 않은 편인데, 콩으로 만든 된장이 이를 보완해준다. 짭조름한 된장 맛이 호박잎의 은은한 단맛과 어우러져 여름철 입맛을 돋운다.
산 당일 손질 보관, 신장 질환자는 양 조절
호박잎은 쉽게 시들기 때문에 산 당일 손질해 찌는 편이 좋다. 찐 호박잎은 한 김 식힌 뒤 물기를 가볍게 짜고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이틀에서 사흘 안에 먹는 것이 좋다.
보관할 때는 한 번 먹을 양만큼 나눠 담으면 꺼내기 편하다. 물기가 많이 남아 있으면 쉽게 물러질 수 있으므로, 너무 세게 짜지 않되 겉물은 없애는 편이 낫다.
다만 콩팥 기능이 약한 사람은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호박잎에는 칼륨이 들어 있는데, 콩팥이 칼륨을 몸 밖으로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면 심장에 부담이 갈 수 있다. 관련 질환이 있다면 한 번에 많이 먹지 말고, 데친 뒤 물에 한 번 헹궈 먹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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