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가고 ‘영웅’ 왔다…안방 장악한 ‘아재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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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가고 ‘영웅’ 왔다…안방 장악한 ‘아재 판타지’

스포츠동아 2026-07-10 09:18: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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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김부장’의 한 장면. 사진제공 | SBS

SBS 드라마 ‘김부장’의 한 장면. 사진제공 | SBS

[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로맨틱 코미디(로코)가 주류를 이루던 케이(K) 드라마 판도에 기묘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가부장제의 폐해나 무기력한 가장으로 소비됐던 중년 남성들이 안방극장의 ‘구원 투수’로 화려하게 복귀한 인상이다. 

최근 흥행작들의 면면을 보면 중년 남성을 서사의 축으로 삼은 흐름이 뚜렷하다. 소지섭과 최대훈, 윤경호 주연의 SBS 드라마 ‘김부장’은 평범해 보이는 가장이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전직 특수요원 시절의 압도적인 전투 본능을 꺼내 드는 ‘먼치킨 서사’의 정수를 보여준다.

먼치킨은 주인공이 ‘절대 무적’에 가까운 힘으로 장애물을 돌파하는 사이다 장르를 뜻한다.
통쾌한 엔딩으로 화제를 모은 MBC ‘오십프로’ 역시 인생 후반에 마주한 위기를 연륜과 뚝심으로 돌파해 나가는 남성들의 이야기로, 중년의 성장과 끈끈한 연대를 그려내 큰 공감을 샀다. 신하균, 오정세, 허성태가 출연했다.

MBC ‘오십프로’(위)와 넷플릭스 ‘남편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 | MBC·넷플릭스

MBC ‘오십프로’(위)와 넷플릭스 ‘남편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 | MBC·넷플릭스

진선규, 공명, 윤경호 등이 나선 넷플릭스 영화 ‘남편들’은 납치된 아내와 딸을 구하기 위해 전남편과 현 남편이 공조하는 생활밀착형 코믹 액션을 표방했다.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남편들이 가족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합동 작전을 펼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유쾌함을 안겼다.

‘아재 활극’의 열기는 하반기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11일 첫 방송을 앞둔 지성 주연의 드라마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전직 조폭 두목이 아파트의 장기수선충당금을 훔치기 위해 입주민대표회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되는 이야기로, 불순한 욕망을 품고 잠입했지만 어떤 계기로 이웃들과 손잡고 거대 비리와 맞서 싸우게 되는 케이퍼(범죄) 코믹물이다. 

사진제공 | JTBC

사진제공 | JTBC

인물들이 사투를 벌이게 된 발단은 제각각이지만 이들 작품이 거쳐 가는 길목에는 명확한 공통 분모가 있다. 중년 남성들이 오랜 세월 다져온 관록과 책임감을 무기 삼아 스스로 ‘해결사’를 자처한다는 점이다. 공권력의 사각지대를 중장년 특유의 노련함과 ‘맷집’으로 돌파하는 통렬한 서사는 안방극장에 묵직한 한 방을 꽂는다.

이와 맞물려 일각에서는 장르 다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 중장년층의 결핍과 열망이 투사된 결과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퇴 압박과 고립감에 시달리는 중장년층의 현실에 빗대 “이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여전히 강한 존재임을 확인시키는, 이른바 ‘아재 판타지’가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떠오른 듯하다”고 짚었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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