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기자의 서평 talk] 신경림의 ‘동해 바다-후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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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기자의 서평 talk] 신경림의 ‘동해 바다-후포에서’

서울미디어뉴스 2026-07-10 08:5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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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미디어뉴스] 김상진 기자 = 동해 바다-후포에서 –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 하면서

[서평 talk]

신경림의 「동해 바다-후포에서」는 인간관계 속에서 쉽게 굳어지는 마음을 바다 앞에서 되돌아보는 시다. 시인은 친구조차 미워지는 순간을 숨기지 않고 고백하며,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좁아지고 단단해지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시의 첫머리는 매우 솔직하다.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는 문장은 인간관계의 민낯을 드러낸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작은 잘못이 더 크게 보이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진다.

이어지는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라는 표현은 마음이 불편할 때 판단이 얼마나 왜곡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문제는 상대의 잘못만이 아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사람은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자신에게는 너그러워진다.

시인은 그 마음을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라고 표현한다. 마음이 작아지고 굳어진다는 말 속에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부끄러움이 함께 담겨 있다. 타인을 탓하면서도 결국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가 이 시의 중요한 힘이다.

후반부에서 시인은 동해 바다를 내려다본다.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넓고 깊은 바다는 인간이 닮고 싶은 너그러움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바다의 품은 좁아진 마음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하지만 시가 말하는 너그러움은 무른 마음이 아니다.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 하면서”라는 구절은 진정한 관용이 자기 성찰과 자기 절제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남에게 너그러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게 엄격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신경림의 「동해 바다-후포에서」는 관계의 갈등을 훈계처럼 말하지 않는다. 대신 바다 앞에 선 한 사람의 조용한 반성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더 넓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묻는다.

이 시는 말한다.

너그러움이란

남의 허물을 작게 보고

내 마음의 파도는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깊은 바다 같은 마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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