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AI가 바꾼 반도체 판도…'파두' 반등이 던진 질문, K-팹리스는 이번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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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AI가 바꾼 반도체 판도…'파두' 반등이 던진 질문, K-팹리스는 이번엔 다를까

비즈니스플러스 2026-07-10 08:15: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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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사옥. /사진=파두 홈페이지
파두 사옥. /사진=파두 홈페이지

AI 투자 확대가 메모리 중심이던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을 시스템반도체로 넓히면서 국내 팹리스 산업이 오랜 침체를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상장 논란으로 존폐 기로까지 내몰렸던 파두의 반등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회복을 넘어 국내 팹리스 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평가받는다.

AI 반도체 시장은 그동안 GPU와 HBM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생성형 AI 서비스가 학습(Training) 중심에서 추론(Inference)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데이터 저장과 이동, 전력 효율을 담당하는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단순히 연산 성능만 높다고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다. 막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저장·전송하면서도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용 SSD(eSSD) 컨트롤러 시장에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국내 팹리스 업체 가운데 가장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곳이 파두다. 파두는 지난 2023년 기술특례 상장 이후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대표적인 '상장 논란' 사례로 기록됐다. 상장 당시 제시했던 성장 전망과 실제 실적 간 괴리가 크게 나타나면서 금융당국 조사와 검찰 기소로 이어졌고, 올해 초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거래가 정지되는 상황까지 겪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가 기업 계속성과 경영 개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서는 제외하면서 거래가 재개됐다. 이후 주가는 거래 재개 직전 대비 4배 가까이 상승하며 시장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시선을 바꾼 것은 실적이다. 파두는 올해 1분기 매출 5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09.8% 증가했고 영업이익 77억원, 순이익 102억원으로 모두 흑자 전환했다. 증권가에선 2분기에도 매출 600억원 안팎, 영업이익 9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순한 업황 회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까지 실적 부진의 원인이었던 고객사 재고 조정이 상당 부분 마무리됐고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신규 수요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비용 부담도 크게 낮아졌다.

실제로 최근 증권가는 파두의 가장 큰 변화로 '영업 레버리지'를 꼽는다. 매출이 증가할수록 이익이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핵심은 수익성이 높은 eSSD 컨트롤러다. 파두는 낸드플래시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저장장치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결정하는 컨트롤러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이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아 글로벌 공급 업체도 제한적이다.

특히 현재 주력인 5세대(Gen5) 컨트롤러는 업계에서 매출총이익률(GPM)이 60% 수준으로 추정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반면 낸드를 직접 구매해 판매하는 모듈 사업은 메모리 가격 영향을 크게 받아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결국 컨트롤러 판매 비중이 높아질수록 실적 체질도 함께 개선되는 구조다.

AI 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구조적 강점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이제 단순한 성능이 아니라 TCO(Total Cost of Ownership·총소유비용)다. 장비 가격보다 전력 사용량과 냉각 비용, 유지보수 비용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파두는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 가속기를 활용해 메인 프로세서의 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구현했다. 동일한 전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선 파두의 전력 효율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대형화될수록 이러한 차이는 고객 입장에서 운영비 절감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선 파두와 미국 마벨(Marvell)이 글로벌 하이엔드 eSSD 컨트롤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대만 업체들이 기술 장벽을 넘지 못하는 사이 파두는 글로벌 낸드 제조사들과 협력을 확대하며 하이퍼스케일러 공급망에 안착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1억2000만달러 수준이며 최근에도 대규모 공급 계약을 추가 확보하면서 하반기 실적 가시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두의 반등은 국내 팹리스 산업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던진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낮다. 설계 전문기업 대부분이 제한적인 고객 기반과 높은 개발비 부담으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AI 시장 확대는 국내 팹리스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는 AI 추론용 NPU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텔레칩스는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LX세미콘은 차량용과 전력반도체,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메모리 IP 분야에서 글로벌 고객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역시 시스템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설계자산(IP), 첨단 패키징, 인재 양성 등을 중심으로 생태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이 구조적인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지적한다. 국내 팹리스 산업은 여전히 대규모 양산 경험과 글로벌 고객 기반, 안정적인 투자 환경에서 미국과 대만 기업들에 비해 열세다. AI 호황이 이어지는 동안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 기회를 살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파두 역시 넘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현재 상장 과정에서 제기된 매출 과대 계상 의혹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기술 경쟁력과 별개로 시장 신뢰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가 기업가치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가 약속한 준법경영 강화와 내부통제 개선이 지속적으로 실행되는지도 투자자들이 지켜보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두의 반등은 AI 특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며 "AI라는 거대한 산업 변화가 국내 팹리스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기회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신뢰, 그리고 산업 생태계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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