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과 인력 부족이 겹치면서 올해 상반기 일본에서 파산한 기업 수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자재와 연료비 상승, 임금 인상 부담, 후계자 부재 등이 중소·영세기업을 중심으로 파산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상공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일본 전국 기업 파산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534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채 1000만엔 이상 기업을 기준으로 한 수치로, 13년 만에 최고치다.
파산 기업의 총 부채액은 734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늘었다. 특히 종업원 10명 미만의 소규모 기업이 4844건으로 전체의 90%를 차지해 중소·영세기업의 경영난이 두드러졌다.
주요 원인으로는 물가 상승과 인력 부족이 꼽힌다. 물가 상승이 원인이 된 파산은 439건으로 28% 증가했고, 인력 부족에 따른 파산은 237건으로 38% 늘었다. 두 항목 모두 상반기 기준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자재·연료비가 오른 점도 기업 부담을 키웠다. 원래부터 경영 여건이 좋지 않았던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사례가 늘었다. 임금 인상에 대응하지 못해 인력이 이탈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후계자 부재에 따른 파산도 증가했다. 경영자 고령화로 대표자의 사망이나 건강 악화가 발생했지만 후계자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늘면서, 후계자 부재를 원인으로 한 파산은 26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의 타격이 컸다. 서비스업 파산은 1819건으로 7% 증가해 최근 30년 사이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외식업 파산은 509건으로 5% 늘었다. 매입 가격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데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회식 기피 현상도 이자카야 등 외식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건설업 파산도 1026건으로 6% 증가하며 12년 만에 1000건을 넘어섰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 상승 역시 기업 경영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 국내 은행의 평균 대출 금리는 기존 대출 계약을 포함해 1.359%로, 전년 동월 1.073%보다 상승했다.
제국데이터뱅크의 시노즈카 사토루 정보통괄부 과장은 “매입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 가격 전가가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며 “물가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한 파산은 하반기에도 지난해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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