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 집착 거듭 표명…'꺼진 불' 여겼던 논란 재점화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폐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집착을 거듭 드러내며 유럽을 다시 긴장시키고 있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가 끝난 뒤 귀국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유럽 주군 미군의 추가 철수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많은 것이 그린란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와 관련해 매우 좋은 합의를 이룰 수 있는지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며 "어쩌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동맹국들에 유럽 대륙의 방위에 있어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스스로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을 압박해온 트럼프 정부는 향후 6개월 동안 검토를 거쳐 유럽 주둔 미군 감축 문제를 결정할 계획임을 최근 밝힌 바 있다.
미국은 현재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루마니아, 발트해 연안 국가를 비롯한 유럽에 약 8만 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앙카라 도착 직후인 지난 7일에도 기자들에게 "(미국과) 나토의 관계를 다치게 한 이유"라며 "그린란드는 덴마크가 아니라 미국에 의해 통제돼야 하는 곳"이라고 말해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몇 개월 만에 다시 꺼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정상회의 폐막일인 8일에도 기자들에게 "그린란드는 미국에는 매우 중요하지만 덴마크에는 중요하지 않다. 그린란드 문제를 놓고 나토가 한 일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해 그린란드를 향한 관심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즉각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다시 강조하면서, 동맹국의 주권을 존중하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32개국 정상이 모인 공식 석상에서는 그린란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대서양 동맹의 통합에 힘을 실어주는 우호적인 발언을 하면서 이번 정상회의는 당초 우려했던 파열음 없이 마무리됐다.
유럽 전문 매체 유로뉴스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럽은 사그라든 줄 알았던 그린란드 갈등이 재점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린란드가 미국의 안보에 꼭 필요하다며 무력을 써서라도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덴마크는 물론 유럽 동맹국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그린란드 병합 의사에 유럽이 거세게 반발하며 대서양 갈등이 급격히 고조되자 이 문제를 외교로 풀겠다며 한발 물러섰고, 이후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의 3자 협상이 진행 중이다.
2월 발발한 중동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옮겨 가면서 그린란드 문제는 이후 공식 의제에서 빠르게 사라졌으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았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1951년 미국과 체결한 양자 방위협정을 바탕으로 지난 1월 그린란드 해법 도출을 위한 미국과의 3자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그린란드 내 미군의 영구 주둔을 보장하는 조항과 신규 투자에 대한 거부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지난 5월 보도한 바 있다. 이들 요구는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주권에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내용으로 평가된다.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외교적 협상이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면서도 트럼프 정부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수단을 통해 그린란드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우려하면서, 유럽 각국에도 상황을 안일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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