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에어컨이었는데"…570년 버틴 팽나무, 폭우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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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에어컨이었는데"…570년 버틴 팽나무, 폭우에 쓰러졌다

이데일리 2026-07-09 20:07: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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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전국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가운데 충남 논산에서 570년간 마을을 지켜온 보호수 팽나무가 뿌리째 쓰러졌다.

폭우에 뿌리째 쓰러진 논산시 취암동 수랑골마을 보호수 팽나무. (사진=연합뉴스)
폭우에 뿌리째 쓰러진 논산시 취암동 수랑골마을 보호수 팽나무. (사진=연합뉴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께 논산시 취암동 수랑골마을 앞에 있는 보호수 팽나무가 강한 비를 이기지 못하고 뿌리째 쓰러졌다. 당시 주변에 보행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수랑골마을은 달성 배씨 집성촌으로 조선시대 세조의 즉위에 반대하며 낙향한 배물보를 입향조로 둔 마을이다. 수령 570년의 이 팽나무는 도시 개발 이전부터 마을을 지켜온 당산목이자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해온 상징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이 마을에서 5대째 살아온 취암5통 통장 배기범(65) 씨는 “새벽에 ‘우지끈’하는 큰 소리가 나 밖으로 나와 보니 팽나무가 뿌리째 쓰러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배씨는 “예전에는 나무 앞 우물에서 70~80가구가 물을 길어 썼고 매년 당산제를 지냈다”며 “어릴 적부터 이 나무를 벗 삼아 놀았고 한여름이면 천연 에어컨처럼 시원했던 곳이라 추억이 많은데 쓰러진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잇따라 현장을 찾아 쓰러진 나무를 지켜봤으며 논산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중장비를 동원해 나무를 옮겼다.

전날부터 논산 상월면에는 25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도로와 주택, 농경지 침수는 물론 나무 전도 피해가 잇따랐다. 산사태 우려로 성동면 주민 7명이 한때 인근 학교로 대피했다가 귀가하기도 했다.

이번 집중호우는 논산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도 피해를 남겼다. 경북 영주에서는 8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돼 수색이 진행 중이며 세종·충북·충남·경북에서는 주민 699명이 일시 대피했다. 공공시설에서는 수목 전도와 도로 침수, 토사 유출, 싱크홀 등이 잇따랐고 일부 철도와 여객선 운행도 중단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이날 충남 천안에는 174.7㎜, 세종 고운동에는 150㎜, 충북 보은에는 149.9㎜의 비가 내렸다. 경기 화성 운평리에는 한 시간 동안 83.5㎜의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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