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정부가 호남 반도체 첨단국가산업단지 조성 예정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산단 발표 직후 개발 기대감에 따른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 같은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당시에도 정부는 발표 직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했다. 첨단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토지시장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하나의 정책 기조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는 광주 군공항 부지와 인근 지역 364.19㎢를 오는 14일부터 2028년 7월 13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일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호남 반도체 첨단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개발 예정지 일대의 투기 수요를 사전에 차단하고 원활한 보상과 사업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미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한 바 있다. 2023년 3월 국가산단 후보지 발표 직후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고, 이후 개발행위허가 제한 등 추가 규제도 병행하며 투기 차단에 나섰다. 현재도 사업 추진 상황에 맞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연장되는 등 개발 초기부터 토지시장 관리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규모 개발계획 발표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거나 투기 거래가 확산된 뒤 뒤늦게 규제가 시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국가 전략산업과 연계된 대형 개발사업의 경우 발표와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개발 기대감으로 토지 가격이 급등할 경우 보상비 증가와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이 실제 투기 억제와 사업 추진에 얼마나 효과를 거뒀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인 국가산단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가 거래량과 외지인 투자, 토지 가격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했는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평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실수요자의 재산권 행사까지 제약하는 만큼 정책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이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역시 주요 정책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산단 발표→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방식이 향후 국가 전략산업 개발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지, 또 용인에 이어 호남에서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일정 부분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실수요 증가까지 막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개발이 본격화되면 근로자와 관련 산업이 유입되면서 주거·상업시설 수요가 함께 늘어나 장기적으로는 가격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뉴스락>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근로자와 관련 산업이 유입되면서 주거와 상업시설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원리"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단기적인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 수단이지만, 개발에 따른 실수요까지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용인 국가산단 사례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량은 감소했지만 개발 기대감 자체는 유지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모습도 나타났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단기적인 거래 억제 효과는 있지만 국가산단과 같이 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장기적인 투자 수요까지 해소하는 정책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어 "풍선효과와 실수요 거래 위축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만으로 투기를 차단하기보다는 사업 추진 과정의 정보 관리와 보상·공급계획을 함께 관리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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