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家 덮친 ‘피바람’···벼랑 끝 기업들, ‘생존 한계’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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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家 덮친 ‘피바람’···벼랑 끝 기업들, ‘생존 한계’ 직면

이뉴스투데이 2026-07-09 1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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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홈플러스 지점 에서 직원들이 물류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홈플러스 지점 에서 직원들이 물류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국내 유통가의 경량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년간 지속돼 온 내수 한파와 그로 인해 촉발된 생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온·오프라인 채널을 가리지 않고 시장을 덮친 구조조정 바람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형마트·슈퍼마켓은 물론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희망퇴직과 특별휴직이 잇따르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가 맞물리며 업태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지난 4월 롯데마트·슈퍼가 동일 직급 근속 8년 이상·4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 최대 36개월 지급 조건의 희망퇴직을 공고했다. 지난해 매출 5조1513억원에 영업손실 486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가운데 장기근속 인력 중심으로 고정비 구조를 재편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인력 감축 압박은 오프라인에 그치지 않았다. 6월 롯데온이 근속 3년 이상 임직원, 11번가가 근속 2년 이상 구성원에게 각각 희망퇴직과 특별휴직을 시행했다. 롯데온 1분기 매출 272억원·영업손실 58억원, 11번가 매출 931억원·영업손실 78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지자 내려진 결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외형 확장에 기대 적자를 버텨왔던 전략이 플랫폼 간 경쟁 가열과 맞물리며 한계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58.6%에 달한 반면 대형마트는 8.1%, SSM은 1.8%에 머물렀다. 같은 달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5.1%, SSM은 8.0% 줄며 소비의 온라인 전환이 오프라인 수익 기반을 지속적으로 잠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가 대형마트 업태 자체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 사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폐점에 따른 반사이익마저 경쟁 마트가 아닌 이커머스로 흡수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면서 경쟁사가 퇴장해도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비대칭 구도가 업계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황 악화로 제2의 홈플러스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졌다”며 “폐점 수요의 60~70%가 이커머스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업체들은 나머지 30~40%의 제한된 시장을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P센터에서 주문 상품들에 대한 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PP센터에서 주문 상품들에 대한 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업태 안에서도 상위 사업자와 중하위권 기업의 격차가 벌어지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2026년 5월 백화점·편의점 매출이 각각 24.5%, 5.9% 늘어난 것과 달리 대형마트와 SSM은 5.1%, 8.0% 역성장했다. 같은 업태 안의 격차는 더 극적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 277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이어간 반면 롯데마트·슈퍼는 지난해 영업손실 48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롯데마트·슈퍼가 올해 희망퇴직에 들어간 것도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고정비 재편 성격이 강해 같은 대형마트 안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편의점도 CU·GS25가 흑자를 유지한 것과 달리 이마트24 106억원, 세븐일레븐 1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상위권과 중하위권의 수익성 격차가 커지는 양상이다.

온라인도 다르지 않다. 5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5조13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3% 늘었지만 시장 성장의 과실이 플랫폼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와중에도 중하위 플랫폼은 적자와 인력 감축을 이어가며 티메프 사태 이후 가속화된 이커머스 내부 구조조정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향후 1~2년간 재무 건전성이 약한 기업을 중심으로 매각과 강제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구 노력이 실패할 경우 파산으로 내몰리는 기업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체질 개선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유통 패러다임의 완전히 바꾸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프라인 대형 마트와 백화점은 효율성이 낮은 부실 점포를 과감히 정리하는 동시에 공간을 재배치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역시 무리한 외형 확장 대신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으로 돌아서며 인력 감축과 마케팅 비용 효율화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결국 이번 구조조정의 성패는 몸집을 줄인 유통 기업들이 확보한 유동성으로 어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느냐에 달려 있다. 생존을 위한 ‘살을 깎는 고통’이 유통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지, 아니면 시장 위축을 가속하는 악순환의 시작이 될지 업계와 소비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소비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유통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며 “향후 1~2년간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시장 전체가 구조 재편을 거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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