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개발 기대감에 따른 투기 수요 차단과 국가 전략사업의 안정적 추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했다. 메가프로젝트 발표 직후 곧바로 규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사업 초기부터 토지시장 과열을 억제해 보상비 상승과 사업 지연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9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호남 반도체 첨단국가산업단지 조성 예정지 일원 364.19㎢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지정 대상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서구·남구·북구·광산구와 나주시, 장성군, 화순군 일대다. 효력은 오는 14일부터 발생하며 지정 기간은 2028년 7월 13일까지 2년이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지난 6일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광주 군공항 부지를 활용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공식화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나온 후속 대책이다. 정부가 개발 계획 발표와 동시에 토지시장 관리에 나선 것은 이번 사업을 단순한 지역 개발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이후에도 취득 목적대로 토지를 이용해야 하며, 실수요 목적이 아닌 투기성 거래는 사실상 제한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국·공유지는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민간 소유 토지는 대부분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가 이처럼 사업 초기부터 대규모 허가구역을 설정한 것은 최근 대형 개발사업마다 반복됐던 투기 과열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 국가산단이나 신도시 예정지가 공개될 경우 외지 투자자와 기획부동산이 대거 유입되면서 토지 가격이 급등하고, 이후 보상비 증가와 사업 일정 지연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업은 광주 군공항 이전과 국가산단 조성, 첨단산업 육성이 동시에 추진되는 복합 프로젝트인 만큼 시장의 기대감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부동산 규제로 해석하기보다 국가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라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산업단지 개발에서 토지 보상비는 전체 사업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개발 기대감으로 지가가 단기간 급등하면 공공의 토지 매입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이는 사업성 악화와 재정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상 협의가 길어질 경우 착공 일정까지 늦어질 수 있다.
정부가 메가프로젝트 발표 직후 곧바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것도 이 같은 위험 요인을 초기부터 차단하기 위한 선제 대응으로 해석된다.
실제 허가구역에서는 일정 면적 이상 토지를 거래할 경우 사전 허가가 의무화된다. 허가를 받은 뒤에도 일정 기간 허가 목적대로 이용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이행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이상 거래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계기관 합동 단속도 병행할 계획인 만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는 상당 부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실수요자 중심 거래는 일정 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제도가 아니라 개발 기대감만을 노린 투기성 거래를 제한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정으로 토지시장 안정 효과는 일정 부분 기대되지만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 여부는 결국 군공항 이전 사업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광주와 전남, 이전 후보 지역 간 협의가 필요한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전 부지 선정과 재원 조달, 주민 수용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적지 않다. 산업단지 조성 역시 군공항 이전 일정과 긴밀하게 연계될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가 이번처럼 개발 발표와 시장 안정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은 과거 대형 개발사업에서 반복됐던 '발표→투기→보상비 급등→사업 지연'의 악순환을 차단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생산기반을 보완하고 국가 공급망 안정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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