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틀 연속으로 이란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이란이 여기에 반격하면서 양국이 체결한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이러한 배경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명확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상선 공격에 격분해 강력한 공습이 시작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8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저녁 튀르키예로 출발하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려던 참에, 국가 안보 최고 참모들이 이란의 새로운 공격 소식을 전하며 집무실로 들어왔다"며 이란에 대한 공습 재개를 결정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신문은 "이 보고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남쪽 항로를 통해 지나가려던 선박들을 향해 대함 순항 미사일과 공격 무인기(드론)을 보냈다고 보고했다. 장관들은 천연가스 운반선을 포함해 세 척의 선박이 몇 시간 간격으로 공격을 받았다고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러한 공격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최종 합의에 도달할 진정성이 있다고 보는지 거듭 물었고, 결국 고위 참모진들과 논의 후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에 진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상선들에 대한 이란의 공격 시점도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고 신문은 짚었다. 이란이 사망한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 기간 동안 미국에 "일시적 휴전"을 요청했었는데 바로 그 시점에 상선을 공격했다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그렇게 하라고(휴전 요청을 수락) 했더니 그들은 미사일을 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신문은 미국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란 외교관이 "미국이 이란 정부와 협의 없이 해상 교통로를 설정함으로써 평화 협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이란이 선박을 향해 발포한 정당한 이유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가 "모호하게 작성된 양해각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7일 미국 언론에 공개됐던 양해각서에 따르면 호르무즈의 상선 통행과 관련 양측은 "본 양해각서(MOU) 서명과 동시에, 이란이슬람공화국은 페르시아만에서 오만만 및 그 역방향으로 운항하는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60일의 기간에 한하여 무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그러나 "상선의 통항은 즉시 시작"되지만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기술적·군사적 장애물 제거 및 지뢰(기뢰) 제거 필요성을 고려하여 30일 이내에 정상화(확립)될 것"이라고 밝혀 이란의 조치가 일부 필요하다는 점을 적시했다.
또 "이란이슬람공화국은 적용 가능한 국제법 및 호르무즈 해협 연안국들의 주권에 따라, 기타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의 논의 하에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관리 및 해사 서비스를 정의하기 위해 오만과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나와 있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일부 인정하는 듯한 내용도 담겨 있다.
신문은 "이는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지만, 누가 항로를 통제 및 조정하고 감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라며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짚었다.
신문은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의 남부 항로에 접근하는 선박들이 이란 측으로부터 무선 경고를 받았다면서 이란이 "이 항로는 안전하지 않다. 당신들은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의 미사일과 드론이 당신들을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메시지를 선박에 발신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실제 카타르 국적 유조선을 포함한 상선 3척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신문은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상선 통항을 위해 선박들을 비밀리에 지원해 왔다고 전했다. 신문은 "해군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125척 이상의 선박이 오만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해협 항로를 통해 해협을 통과했다고 말했다"며 "이는 주로 야간에 이뤄졌으며, 선박들은 자동식별시스템(AIS)을 끄고 미 구축함과 무선 교신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러한 미군의 선박 지원이 이란 정권의 반발을 일으켰다"라며 "이란은 남쪽 항로에 기뢰가 매설되어 있다며 선박들에게 이란 남부 해안의 북쪽 항로를 이용할 것을 촉구해 왔다"고 전했다.
이렇듯 호르무즈 해협의 통과를 두고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무력 충돌로 다시 이어지면서 양해각서 및 이후 합의가 사실상 무효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문은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급격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며 "그는 6월 중순 이란과 체결한 양해각서를 이란에 대한 압박의 성공 증거로 제시해왔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종료를 선언한 후 유가가 6% 이상 급등했다"며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교전이 재개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피하려 했던 경제적 충격이 얼마나 빠르게 발생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틀째 교전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이란은 상대를 향한 위협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도 이란이 어떤 공격을 하든 미군은 20배 더 강력하게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서 "압박과 약속 위반에 대한 대가가 있을 것"이라며 "분명히 말한다. (우리를) 타격하면, 너희들이 타격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에 대해서도 경고하며, 해협은 '미국의 위협'이 아닌 오직 '이란의 조치'를 통해서만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미 없이 허우적대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더 깊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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