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주택 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데 이어 신한은행도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제한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자체 조치를 강화하면서 대출 규제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0일부터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한다. 모기지보험은 소액임차보증금, 이른바 '방공제'를 적용하지 않고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이다. 가입이 막히면 차주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대출 한도 자체를 낮추는 조치도 나왔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0일부터 수도권과 규제 지역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제한한다. 비규제 지역 역시 동일하게 최대 3억원의 한도가 일괄 적용된다. 디딤돌대출 등 정책자금을 제외한 은행 자체 재원으로 공급하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출도 한도가 3억원으로 줄어든다. 정부가 지난해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규제한 적은 있지만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한도를 3억원까지 추가로 끌어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권은 최근 전방위로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부터 이달 말까지 대출모집인 채널을 통한 신규 가계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모집인 채널의 월간 대출 한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면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2일부터 주담대 8월 실행분에 대한 모집인 채널 접수를 제한 중이다.
은행권의 고강도 조치의 배경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이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74조9608억원으로, 5월 말(770조8299억원)보다 4조1378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7월(4조1386억원 증가)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지금과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간 목표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 조치가 확산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주담대 문턱을 높이면서 잔금일이 임박한 수요자의 경우 자금 조달 계획을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잔금일이 가까운 차주일수록 선택지가 좁다. 보유 현금을 늘리거나, 다른 은행을 찾아야 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가족 차입이나 신용대출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아직 주담대 한도 축소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은행으로 수요가 몰릴 경우 이들 은행도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한도를 축소하거나 취급 요건을 강화할 수 있다. 이같은 조치가 확대되면 이른 시일 내에 전 은행권에서 대출이 어려워져 실수요자의 금융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 조치가 달라지면서 차주들이 대출이 가능한 은행을 찾아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별 대출 한도와 취급 조건이 계속 바뀔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