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7월 2일 「Road to Sustainability 2026」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했다. 회계연도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86조 3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 늘어 창사 이래 최대치를 갱신했다. 글로벌 판매 414만 대, 전동화 차량 96만 대, J.D. Power 신차 품질조사(IQS) 세계 2위, 3대 신용평가사 A등급까지, 표면 지표만 보면 흠잡을 데가 없는 실적이다.
그런데 같은 결산서 안에 정반대의 숫자가 함께 담겨 있다. 당기순이익은 21.7%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지난 3년간 유지되던 8%대에서 6.15%로 후퇴했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워즈오토의 집계로는 사라진 순이익만 약 71억 달러, 원화로 약 9조 5천억 원에 이른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5월 말 67만 7,000원이던 주가는 6월 초 75만 원까지 반짝 오른 뒤 급락을 시작해, 7월 8일 종가는 479,500원을 기록했다. 6주 사이 약 41%가 빠졌고, 시가총액 기준 약 65조 원이 증발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 이 사안의 핵심이다.
성장과 수익성이 처음으로 갈라섰다
지난 3년간 현대차의 서사는 단순했다. 팔수록 남는 회사라는 것. 매출이 늘면 이익도 그 이상으로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8~9%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2025년 결산서는 이 서사에 처음으로 균열을 냈다.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은 줄었다. 자동차처럼 대규모 고정비가 걸린 산업에서 영업이익률이 2%포인트 후퇴한다는 것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비용 구조 자체의 변화 신호로 읽힌다.
시장이 6주 만에 41%를 빼앗아 간 것은 바로 이 지점을 반영한 결과다. 애널리스트들의 12개월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여전히 평균 74만 691원, 즉 현재가 대비 약 69% 상승 여력을 시사한다는 점은, 회사의 중장기 스토리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다만 시장은 다음 2~3년 사이의 리스크를 먼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익을 무너뜨린 세 가지 요인
이익 압축의 첫 번째 원인은 미국 관세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4월부터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나이스신용평가는 자동차 산업이 통상정책 변화의 영향이 가장 큰 산업이라고 명시적으로 지목했다 . 현대차는 미국 판매 물량 중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해왔기 때문에 관세는 대당 마진에 곧바로 반영됐다. 대응 카드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다.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초기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확장하고, 210억 달러(약 30조 원)의 신규 투자를 추가로 발표했다. 다만 이 대응 자체가 대규모 자본 지출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이익률 회복 시점을 뒤로 미루는 요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원인은 리콜이다. 2025년 자발적 리콜 대수는 225만 대, 관련 비용은 1,793억 원에 달했다. 4월에는 GV70 등 4개 차종에서 에어백 제어기(ACU) 소프트웨어 결함이 발견됐고, 이와 별개로 42만 대 규모의 소프트웨어 브레이크 결함 리콜이 별도 보도됐다. 문제의 핵심은 결함의 성격이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반복되는 결함은, 향후 회사의 성장 축인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전환 역량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장된다. J.D. Power 품질 2위라는 훈장을 받은 바로 그 해에 이런 이슈가 부각됐다는 점에서 시장 인식은 특히 예민했다.
세 번째 원인은 전기차 캐즘이다. 얼리어답터의 초기 수요가 소진된 뒤 대중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의 수요 공백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현대차는 아이오닉 시리즈 재고 정상화를 위해 판매 인센티브를 큰 폭으로 인상했다. 판매 대수는 지켰지만 대당 마진은 압축됐다. 회사의 카드는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로, 2027년부터 북미와 중국에 투입될 예정이다. 배터리 위주로 주행하되 소형 엔진이 발전기로 작동해 1회 충전 시 600마일 이상 주행이 가능한 구조다. 실용적 대응책이지만, 엔진이 탑재된다는 점에서 회사가 표방한 2045년 탄소중립 로드맵과의 정합성 논란은 남는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5년 뒤에 있다
지금까지의 세 요인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이슈다. 관세는 협상 가능성이 있고, 리콜은 개선할 수 있으며, 캐즘은 언젠가 끝난다. 그러나 시장이 진짜로 재조정에 나선 이유는 그다음 층위에 있다. 바로 2030년 목표와 현재 실적 사이의 격차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 330만 대 판매(전체의 60%)를 재천명했다. 그러나 2025년 순수 EV 판매는 27만 6,000대에 그쳤다. 2030년까지 EV 부문만 최소 200만 대 이상으로 키우려면 연평균 성장률 48%가 5년 연속 필요하다. 지금 시장의 성장률과 견주면 상당히 공격적인 궤도다. 경쟁 구도를 겹쳐 보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중국 BYD는 2025년 3분기 기준 세계 순수 EV 판매 1위로 연간 100만 대 후반을 기록했고, 테슬라는 2025년 1분기에만 35만 8,00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의 27만 대는 BYD의 약 6분의 1, 테슬라의 약 5분의 1이다.
상징적인 지점은 중국이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자 EV 시장에서 현대차는 이미 존재감을 상실했다. 2025년 중국 도매 판매 12만 8,000대, 시장 점유율 1% 미만. 한때 100만 대를 넘겼던 시장이다. 전기차의 미래를 결정할 실험실에서 존재감을 잃은 브랜드가, 5년 안에 순수 EV를 7배로 확장할 수 있느냐. 이것이 시장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축소하며 던진 근본적 의문이다.
155조 원 투자와 주주환원 35%, 두 약속의 재원 방정식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축은 자본 배분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 원, 미국에 30조 원, 합계 약 155조 원의 대규모 자본 지출(CAPEX)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50조 5천억 원이 R&D와 미래 핵심기술에 집중된다. 동시에 회사는 2025~2027년 3년간 총주주환원율(TSR) 최소 35% 를 약속했다. 벌어들이는 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돌려주겠다는 뜻이다.
두 약속이 병립하려면 조건은 하나뿐이다. 영업현금흐름이 견조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2025년 순이익이 22% 감소한 상태에서 관세와 EV 캐즘이 이어진다면, 155조 원 CAPEX 페이스와 TSR 35% 약속 중 어느 하나는 조정 압력에 놓일 수 있다. 그 조정이 자사주 매입 축소나 배당 성향 하향의 형태로 먼저 나타난다면, 시장은 이를 재무 여력의 초기 경고 신호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몇 개 분기에 걸쳐 CAPEX 집행 페이스, 자사주 매입 규모, 순차입금 변화를 함께 놓고 봐야 하는 이유다.
그래도 남는 강점
물론 이번 보고서에는 뚜렷한 진전도 담겨 있다. 북미·유럽·인도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100% 전환(RE100)이 완료됐고, 2045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으로 확대할 로드맵이 승인됐다. Scope 1+2 및 Scope 3 감축 목표는 국제 이니셔티브 SBTi의 승인을 받았고, 이사회 여성 이사 비율은 33%로 국내 대기업 상위권이다. 배터리 광물 공급망에서는 콩고 코발트·구리 광산과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까지 직접 실사를 수행했다.
앞으로 24개월, 세 가지를 지켜봐야 한다
첫째, 순수 EV 판매 성장률. 2030년 목표 궤도에 남으려면 매년 40% 이상 성장이 필요하다. 이 페이스에서 벗어나는 순간 목표는 조정될 것이고, 밸류에이션도 함께 재조정된다. 둘째, 자본 지출과 주주환원의 병행 여부. 자사주 매입 축소는 재무 압박의 초기 신호로 해석된다. 셋째, SDV 플랫폼 '플레오스'의 완성도와 소프트웨어 리콜 재발 여부. SDV 시대의 경쟁력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코드에서 갈린다.
이번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현대차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해의 결산서이면서 동시에, 성장과 수익성이 처음으로 갈라진 결산서다. 매출·판매·품질·지속가능성 인프라 같은 외형 지표는 여전히 상위권이지만, 순이익 감소와 주가 조정은 시장이 이미 다음 국면의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관세 대응·EV 전환·자본 배분 세 축의 실행 회계가 향후 2년간 현대차의 밸류에이션을 결정할 것이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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