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수소경제의 속도는 생산 설비 증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만든 수소를 어디로 옮기고, 어느 수요처가 안정적으로 쓰느냐가 가격과 확산성을 좌우한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멀어질수록 운송·저장 비용은 커지고, 지역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면 충전 인프라도 자리를 잡기 어렵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충청북도 청주에 구축한 HTWO 에너지 청주(HTWO ENERGY 청주)는 이 비용 구조를 지역 안에서 줄이기 위한 거점이다. 청주에서 발생한 하수 슬러지 폐기물 기반 바이오가스를 수소로 전환하고, 생산된 수소를 다시 충북과 청주 지역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수소 생산 시설 하나가 추가됐다는 사실보다 생산과 소비의 거리를 좁힌 구조에 있다. 폐자원 처리, 바이오가스 정제, 수소 생산, 압축·저장, 차량 충전까지 한 지역 안에서 연결되면 장거리 운송에 따른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지역 수소 자원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이 흐름에서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9일 충북 청주시에서 HTWO 에너지 청주 준공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담당 서강현 사장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이호현 차관, 충청북도 신용한 도지사, 청주시 이장섭 시장, 이광희 국회의원, 고등기술연구원 김진균 원장 등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충청북도 신용한 도지사와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담당 서강현 사장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HTWO 에너지 청주는 현대차그룹이 직접 운영하는 국내 첫 자원순환형 청정 수소 생산(Waste-to-Hydrogen, 이하 W2H) 시설이다. 지역 공공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 슬러지 폐기물을 바이오가스로 전환하고, 이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한다.
시설은 7500㎡ 규모의 공공하수처리장 부지에 들어섰다. 바이오가스에서 황화수소와 수분 등을 제거해 바이오메탄으로 정제하는 고질화 설비를 갖췄고, 바이오메탄에 수증기를 반응시켜 수소를 추출하는 설비도 마련됐다. 생산된 수소는 압축기와 저장용기를 거쳐 충전소로 연결된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회수·정제해 액화탄산으로 만드는 설비도 포함됐다. 수소 생산만 떼어낸 시설보다 폐자원 처리와 부산물 활용을 함께 설계한 구조다. 방문객과 지역민을 대상으로 현대차그룹 수소사업 브랜드 HTWO와 자원순환형 수소 생태계를 소개하는 하이드로젠 아카데미(Hydrogen Academy) 공간도 조성됐다.
현재 HTWO 에너지 청주의 하루 수소 생산량은 약 500㎏이다. 수소전기승용차 넥쏘 기준 약 100대, 수소전기버스 기준 약 30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전국 단위 수소 공급망을 흔들 대형 물량은 아니지만, 지역 모빌리티 수요와 연결할 수 있는 출발 물량으로는 활용 여지가 있다.
HTWO ENERGY 청주.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HTWO 에너지 청주의 하루 평균 수소 생산량을 2톤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충청북도, 청주시 등과 체결한 다자간 업무협약과 청주시의 유기성 폐기물 통합처리 바이오가스화 시설 구축 계획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계획대로 생산량이 늘어나면 지역 내 수소버스와 수소전기차 보급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청주는 이번 사업을 추진하기에 조건이 맞아떨어진 지역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수소도시 조성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고, 수소 인프라 관리와 수소 모빌리티 확산, 친환경 교통체계 전환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내륙 교통망을 고려하면 수소 물류·유통 거점으로 기능할 여지도 있다.
다만 W2H 모델의 성패는 생산 설비 구축 이후에 갈린다. 지역 안에서 생산한 수소를 꾸준히 소비할 고정 수요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소전기버스, 관용차, 물류차량, 산업용 수요가 함께 붙어야 생산·충전 복합사업장의 경제성이 살아난다. 결국 HTWO 에너지 청주의 경쟁력은 하루 생산량보다 지역 수요와 얼마나 촘촘히 연결되는지에 달려 있다.
현대차그룹이 W2H 프로젝트를 국내외로 넓히는 이유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기존 수소경제가 대규모 생산과 장거리 운송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W2H는 지역 폐자원과 지역 수요를 묶는 분산형 모델이다.
HTWO ENERGY 청주 수소충전소. ⓒ 현대자동차그룹
충주와 파주에서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 생산 사업을 추진해 온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와 홍콩 등에서도 현지 조건에 맞춘 수소 생태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강현 사장은 "HTWO 에너지 청주는 지역의 폐자원을 청정에너지인 수소로 전환해 다시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기반의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한 사례다"라며 "청주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내륙형 수소사업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 지역자립형 수소생산 모델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8~10일 청주 오송컨벤션센터(OSCO)에서 열리는 2026 뉴에너지 페어 오송에도 참가했다. 행사장에는 HTWO 부스를 마련하고 디 올 뉴 넥쏘를 비롯한 수소 기술과 다양한 수소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있다.
HTWO 에너지 청주는 현대차그룹 수소사업의 방향을 보여주는 시설이다. 수소 생산량을 늘리는 경쟁만으로는 시장 확산에 한계가 있다. 생산지와 소비지를 가까이 두고, 폐자원 처리와 모빌리티 연료 공급을 지역 안에서 묶는 방식이 수소경제의 비용 구조를 바꿀 현실적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