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 버텼는데…‘월화수목금금금’ 삼성 DX의 서글픈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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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불황 버텼는데…‘월화수목금금금’ 삼성 DX의 서글픈 항변

투데이신문 2026-07-09 14:08: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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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We Deserve It - Project:DX 화면. [사진=Project:DX 채널 캡처]
유튜브 We Deserve It - Project:DX 화면. [사진=Project:DX 채널 캡처]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내가 만든 게 빌어먹을 반도체가 아닌 거야.”

삼성전자 DX부문 직원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노래 ‘We Deserve It(우리도 자격 있어)’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성과급 논란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DS부문과의 성과급 격차에 대한 아쉬움을 넘어, 메모리 불황기에 회사 실적을 뒷받침했다는 자부심과 그에 걸맞은 인정 및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담아냈다.

노래는 9일 오전 기준으로 조회수 4만1500회를 넘어섰다.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지 9일만으로, 하루 평균 4600회 이상이 재생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DX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성과급 액수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메모리 불황기에 회사를 떠받쳤다는 자부심이 컸던 만큼 현재의 성과급 격차를 상대적 박탈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갈등의 뿌리는 부문 간 보상 격차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 협상을 지난 5월 마무리했다. DS부문 메모리사업부는 1인 평균 5억5000만원 수준의 특별경영성과급을 받은 반면, DX부문은 약 600만원 규모의 자사주 지급에 그쳤다.

자사주 산정 시점도 일각에선 불만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30일 DX 임직원에게 1인당 22.65주의 자사주를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5월 주가 기준으로 성과급(약 600만원)을 산정한 것으로, 공지일 기준 평가액(약 756만원)보다 못 미친다. 일부 직원들은 “23주로 지급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 “0.35주 차이가 그렇게 큰 문제였느냐”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DX부문 직원들의 심정을 담은 노래 ‘We Deserve It(우리도 자격 있어)’은 최근 성과급 논란을 다룬 뉴스 화면을 교차 편집한 영상과 어우려져 지난 1일 유튜브에 공개됐다. 가사의 핵심은 반복 전달되는 “우리가 만들었어”라는 구절이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갤럭시 등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을 하나씩 나열한 뒤 “그저 내가 만든 게 빌어먹을 반도체가 아닌 거야”라고 이어진다. DX부문 역시 삼성전자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사업부가 다르다는 이유로 보상에서 소외됐다는 인식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노래는 갈등의 화살을 DS부문 직원들에게 돌리진 않는다. “DS, DX 서로를 겨누지 마”, “싸움 붙여놓고 계산기 두드리는 게 누군지 잘 봐”라는 가사는 사업부 간 대립보다 보상 체계 자체를 문제 삼는다. “We deserve it”이라는 후렴 역시 “더 달라”는 요구보다 “우리도 그만큼 기여했다”는 인정의 목소리에 가깝다.

댓글에서도 이러한 정서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했는데 돌아온 건 박탈감이었다”, “가사가 내 이야기 같다”, “DS를 욕하는 노래가 아니라 DX 직원들의 마음을 대신 말해준다”, “왜 DX 직원들이 억울해하는지 이해됐다”는 공감이 이어졌다. 성과급 액수보다 자신들의 기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감정에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다.

전문가들도 DX부문 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다만 문제 해결 과정이 사회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회사 안에서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를 문제 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업 내부의 문제”라며 “이를 지나치게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갈등 해소를 위해선 성과 공유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하나의 삼성전자를 유지한다면 사업부 간 일정 수준의 성과 공유는 필요하다”며 “반대로 철저한 독립 성과주의를 적용할 것이라면 차라리 회사를 분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 결국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성과 배분 산식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숙명여대 서용구 경영학과 교수도 성과를 낸 조직에 더 큰 보상이 돌아가는 것은 맞지만, 특정 사업부가 초과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부가 여러 개인 기업이라면 성과 차등은 유지하되 다른 사업부도 일정 부분 함께 보상받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5대3대2’와 같은 방식으로 성과를 낸 조직에 가장 큰 비중을 두면서도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배분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대학교 황용식 경영학과 교수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명문화하고 시스템화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 소니도 사업부 간 사일로(Silo·부서 이기주의) 현상이 심화되면서 경쟁력을 잃은 사례가 있다. 삼성 역시 사업부 간 갈등이 고착화되면 ‘원삼성’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 교수는 “삼성의 성과급 제도는 20년 넘게 유지돼 온 제도로, 과거에는 PS(초과이익성과급)를 통해 구성원들의 동기부여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며 “그동안 이 제도가 크게 문제화되지 않았던 배경에는 과거 삼성의 무노조 경영 기조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설립된 시점은 2018년이다. 당시 사무직 종사자 2명이 노조 설립을 신고해 인가받았고, 이듬해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공식 폐기하며 노사 관계 변화를 맞았다.

‘원삼성’을 지탱해온 건 위기 때마다 하나로 뭉치는 조직 문화였다. 그러나 이번 노노(勞勞) 갈등은 원삼성에 균열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태문 DX부문장(사장)은 부문 노조원들과 만나 사기 진작과 조직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과에 따른 보상 원칙과 부문 간 형평성 사이에서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았다.

이번 ‘We Deserve It’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보상 규모에 대한 불만만은 아니다. 메모리 불황기에 회사를 지탱했다는 자부심과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상징되는 희생의 시간이 담겼다. 성과급 논란이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신뢰와 원삼성의 균열을 둘러싼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보상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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