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기분이 우울하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면 가끔 내 안의 활력 스위치를 켜서 현재 내 상태를 반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그 상상이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시대.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발표한 도서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The Singularity Is Nearer)’는 AI 기술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해 인류가 마주할 거대한 전환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2005년 전작 ‘특이점이 온다’ 이후 약 20년 만에 나온 후속작으로, 그동안 저자가 제시했던 예측들의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고 생명공학, 나노기술, AI의 융합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 시나리오를 구체화해 제시한다.
인간의 뇌와 클라우드의 결합이라는 공상과학 영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가. 과거에는 ‘말도 안 돼’라는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 이었겠지만, 2026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언제쯤 가능할까’라는 의문문이 튀어나온다.
저자는 기술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져 인간의 통제 능력을 벗어나는 기점을 ‘특이점(Singularity)’으로 정의하며, 그 시기를 2045년으로 전망했다.
책의 핵심 내용은 단순히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커즈와일은 인류가 AI를 도구로 쓰는 단계를 넘어, 생물학적 신체와 비생물학적 기술이 완전히 결합하는 ‘생물학적 진화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2030년대에 이르면 인간의 혈관을 타고 뇌로 들어간 나노로봇이 신경세포(뉴런)와 직접 연결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신피질(Neocortex)은 클라우드 기반의 대뇌 피질과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인지 능력이 수천 배 확장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시대가 온다면 앞서 말한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도 내 몸과 연결된 애플리케이션으로 조절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DNA를 재프로그래밍 가능한 소프트웨어로 취급하는 생명공학 혁신을 통해 인류는 암과 심장병 등 치명적인 질병을 극복하고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고지에 도달하게 된다는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예상을 통해 커즈와일이 던지는 메시지는 ‘AI에 대한 대중적 공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우려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AI는 인간의 적이 아닌, 우리 존재의 연장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는 체스 챔피언이 AI에게 패배한 이후 체스의 인기가 사그라들기는커녕 더 많은 사람이 AI를 활용해 수준 높은 경기를 즐기게 된 사례를 통해, 기술의 진보는 인간을 도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과 지적 역량을 유례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책은 기술 낙관론에만 머물지 않고, 특이점에 도달하기까지의 과도기적 위험성도 경고하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이 무기화되거나 AI의 통제권을 상실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부터 강력한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는 단순한 과학적 예측을 넘어, 다가오는 대전환의 시대에 우리가 어떤 철학적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묻는다. 첨단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허무는 순간, 우리가 지켜내야 할 ‘인간성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AI와 인간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 우리는 그에 대한 답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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