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윤의 디깅 #36] 나무로 되지 않은 목탁을 호명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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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윤의 디깅 #36] 나무로 되지 않은 목탁을 호명하는 법

문화매거진 2026-07-09 13:17:29 신고

3줄요약

[문화매거진=전세윤 작가] 자기암시에 한계가 생겼을 때, 나는 목탁을 샀다. 작은 플라스틱 목탁을. 분노를 작업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20대 초반, 작업을 많이 진행했다. 한창 ‘팀플’로 속이 시끄러울 때, 무교인 나는 플라스틱으로 된 목탁을 가방에 담고 다녔다. 팀원 운이 꽤 없던 나는 분이 오르면 양지로 가서 아빠 다리를 하고 반야심경을 틀어놓고 목탁을 두드렸다. 4,900원짜리 플라스틱 목탁 키링을 두드린다고 마음이 솔직히 가라앉지는 않았다. 그러나 작업을 시작할 문장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 사진: 전세윤 제공
▲ 사진: 전세윤 제공


“목탁의 어원은 나무로 된 두드리는 것인데 이것은 나무가 아니라 플라스틱이다. 이 오브제를 그렇다면 어떻게 호명해야 하는가?”

그렇게 하나의 실험이 시작되었다. 마침 홍콩과 대만에서 찍어온 푸티지로 무언가 영상 작업을 하고 싶던 참이었다. 플라스틱 목탁을 구입할 수 있는 경로를 알아보면서 목탁 총, 플라스틱 목탁 등의 항목이 보이게 되며 목탁의 정의에 대한 의문이 더 생성되었다. 당시 조르주 아감벤의 ‘장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동시대와 장치에 대해 더 생각이 깊어지기도 했다.(‘디깅 #9’ 참고) 목탁은 나무로 된 치는 도구를 뜻하는데 과연 이것들을 목탁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런 일종의 불만에 가까운 그 이전의 양식, 그리고 명명된 것들에 대한 의문에 의해서. 나는 다큐멘터리의 재현 양식이 등장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기에 한 대상의 다른 측면에 대하여 실험적 요소를 적용한 작업물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시작한다.

▲ 진행한 두 가지 버전의 영상 작업.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 사진: 전세윤 제공
▲ 진행한 두 가지 버전의 영상 작업.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 사진: 전세윤 제공


종교적 요소보다는 장치에 대한 탐구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목탁의 원천이 된 물고기. 그리고 목탁과 물고기의 성질, 그리고 원래는 신호를 주는 것을 의미하지만 심신 안정, ASMR 등으로 미디어 속에서 변화하는 이 장치의 동시대의 속성에 대하여 사물을 시작점으로 연구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담았다. 원래 VR 카메라로 360도 결과물을 도출할 생각인 시나리오였는데, VR 카메라로 찍은 영화는 논문에서 많이 등장하는 멀미요소(‘디깅 #29’ 참고)로 인해 3분가량이 적정하다는 문제가 있어 1차로 조금 길게 10분 정도의(이하가 될 수도 있음) 작업을 하고 추후 VR 카메라로 찍어 이루어진 왜곡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360도에서 180도 버전의 2차 작업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정립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짜깁기 하듯이 작업을 하는 것이 내 모든 작업의 방식이기에 이 방식으로 작업했다.(‘디깅 #20’, ‘디깅 #21’ 참고) 스토리보드 초안을 조금 꼼꼼하게 써놓았는데, 사람 얼굴을 배제하고 사물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 사람의 손과 발 외의 신체는 등장시키지 않는 쪽으로 2차 영상을 조절했다. 한 사람이 내레이션하되 한 사람이 아닌 것처럼 사운드, 핀과 팬 등 사운드 변조 기능을 많이 썼다. 정신 사나울 정도로 사운드에 변주를 많이 넣어보려 했다. 리스트의 소나타 나장조가 나왔다가 무당의 목소리가 나왔다가 대만의 사원이 나왔다가 일본의 갓파마을이 나왔다가 AI 동자승에 내 얼굴이 합성되어 나오기도 하거나 관계가 전혀 없지만 이어지는 느낌?

다큐멘터리의 목소리 유형 중 보이스 오버 코멘터리, 해설 즉 설명을 사용했다.(‘디깅 #19’ 참고) 다큐멘터리 양식 중, 양식을 굳이 정해보자면 실험 영화에 가장 가깝고, 역사에 대한 이야기적 요소가 있기에 수행적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명의 사람이 목탁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것을 5분 동안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 쪼개서 섞으면 생각지 못했던 시나리오가 도출된다. 주관이 주관과 거리두기가 되는 내러티브를 원해서 이 방식을 사용한다. 색 보정 노출도를 강하게 사이키델릭한 색감과 사운드를 즐겨 사용하는데, 이 방식으로 영상 작업들과 다른 매체의 작업들도 이어가려 한다. 기계적 텍스트 시나리오를 공유한다.

[나무로 되지 않은 목탁을 호명하는 법]
(기계적 텍스트 시나리오)

소리를 깨고 싶었다.
물고기, 소리를 깨는 것은 불가능한가. 
물속에서 유영하는 그들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걸까?

소리 또한 분자로 되어있다.
소리는 물속에서 파장을 이루고,
아마도 나무를 가지고 장치를 만드는 것은 흔해 빠졌다. 
물고기의 몸은 그 진동에 반응할 것이다.

세 번 호명한다. 그것뿐이다.
세 번 부르면 수명이 다한다고 했다. 

물고기의 세계는 우리와 다르다.
이를 알 수는 없다. 겹겹이 쌓인 비늘처럼.

나무로 되지 않은 탁을
어떻게 칭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를 수도 있다. 
그들은 우리가 알 수 없는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다.

탐구와 연구에는 끝이 없다.
소리를 깨고 싶었던 그저 그 과정에 속해있다. 

나의 욕망은 자꾸 풀리는 겹쌍꺼풀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그들에게서 진정한 소리를 긋고 붙이는 
과정 또한 같은 속성일지 모른다. 

듣고자 하는 갈망으로 자꾸 무언가 불일치하다고 느끼면 
변모한다. 우리는 하나로 긋고 붙이려고 한다.

목탁이라는 단어로 물고기를.
이 장치를 정의내리려고 하는 속성 또한 유사하다.

이해하려는 벗겨지는 피부를 벗겨지게 하지.
노력은 않으려고 참지 못하고 벗겨내려는 장치와도 같다. 

합하여 계속되지만, 도출하려는 것은 
불일치에 대한 탈예속화를 도모하려는 행위와 같다. 

예속되어야 한다고 그들은 언제나 주장한 적은 없으나 
나의 바깥에 예속을 강요받는다. 

이게 뭐고. 존재한다.
숨을 연거푸 내뱉고 속이 빈 플라스틱을 두드린다.]


마무리로 작업 메모 이미지를 첨부한다.

▲ 작업 메모 / 사진: 전세윤 제공
▲ 작업 메모 / 사진: 전세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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